시에라리온 전역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로 최소 29명이 숨졌다. 시에라리온은 아프리카 국가 중 비교적 유혈사태가 빈발하지 않는 곳으로 꼽혀왔으나 최근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시위가 격화됐다.
11일(현지시간)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과 북부 지역 도시를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대 수백명이 쏟아졌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8명, 시위대 21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로이터가 확보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한 경찰관이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서부 지역에 산다고 밝힌 19세 술레이만 투레이는 통신과 인터뷰에서 경찰이 시위 초반에는 최루탄만 발사했지만 이후 실탄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알던 나라가 아니다. 시에라리온은 평화로운 곳이다”고 말했다.
시에라리온은 1991년부터 2002년까지 12만명의 사망자를 낸 내전을 끝낸 이후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경제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내전 이후 국가 재건 계획은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에볼라 유행에 발목을 잡혔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무역과 투자 모두 타격을 입으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시에라리온 전체 800만명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빈곤선 이하로 떨어졌다. 시에라리온은 유엔 개발지수 기준으로 세계 189개국 중 182번째에 위치할 정도로 빈곤한 국가로 꼽힌다.
시에라리온 정부는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한편 인터넷까지 차단하는 등 공포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인터넷 관측소 넷블록에 따르면 시에라리온의 인터넷은 이날 오후 2시간 동안 끊겼다가 복구된 이후 밤새 다시 끊겼다. 시에라리온 정부는 소셜미디어 감시를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국가를 불안정하게 할 목적으로 선동적인 정보를 퍼뜨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통금이 시행되면서 당분간 긴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