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에 수프 뿌리고, 상점서 우유 테러… 환경운동은 왜 거칠어졌나

2022.10.16 15:49 입력 2022.10.16 16:27 수정

저스트스톱오일 활동가들이 반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에 수프를 끼얹은 뒤 손을 접착제로 벽에 붙여 시위를 하고 있다 | 저스트스톱오일 트위터 캡처

저스트스톱오일 활동가들이 반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에 수프를 끼얹은 뒤 손을 접착제로 벽에 붙여 시위를 하고 있다 | 저스트스톱오일 트위터 캡처

영국에서는 최근 환경운동가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명화에 수프를 끼얹고, 상점에 들어가 우유를 쏟아붓는 등 극단적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 환경 문제 대응에 미온적인 사회 분위기에 충격을 주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수위의 적절성을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활동가 2명은 지난 14일 오전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반 고흐의 명화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수프를 끼얹은 뒤 접착제로 미술관 벽에 자신들의 손을 붙이기도 했다

이 단체는 화석연료 생산 중단을 주장하며 예술 작품을 겨냥한 시위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예술이 환경 문제보다 소중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다행히 이들의 목표가 된 해바라기는 유리 액자에 끼워져 있어 손상은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을 재물손괴와 불법침입 혐의로 체포했다.

영국에선 최근 일부 환경 단체들의 과격 시위가 잇따라 논란이 돼 왔다. 동물권 단체인 ‘애니멀 레벨리온’(Animal Rebellion)은 최근 대형마트 체인들을 찾아 계산도 하지 않은 우유를 뜯어 바닥에 붓는 기행을 벌였다. 미래에는 동물이 아닌 식물 기반의 농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과격한 방식으로 전달한 것이다. 환경단체 ‘파이프 버스터’(Pipe Busters)는 지난 6월 항공기의 환경 오염을 비판하며 런던 히드로 공항에 연료를 공급하는 수송관 건설 현장을 훼손하기도 했다.

동물권 단체인 ‘애니멀 레벨리온’(Animal Rebellion) 관계자가 대형마트 체인에서 계산도 하지 않은 우유를 뜯어 바닥에 붓고 있다 | 애니멀 레벨리온 홈페이지 캡처

동물권 단체인 ‘애니멀 레벨리온’(Animal Rebellion) 관계자가 대형마트 체인에서 계산도 하지 않은 우유를 뜯어 바닥에 붓고 있다 | 애니멀 레벨리온 홈페이지 캡처

환경단체들의 과격 시위가 잇따르자 정부의 고심은 깊어졌다. 가디언은 수엘라 브레이버만 영국 내무장관이 이날 환경단체들의 시위 대응과 관련해 경찰에 보다 선제적 접근 권한을 허용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시위가 공공 안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거나, 이를 위협하는 경우 금지 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과격 시위를 이끄는 단체들은 변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방법을 시도했으나 결과가 실망스러웠고, 이에 더 강한 방식을 시도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저스트 스톱 오일’ 관계자는 독립매체 ‘오픈 데모크라시’(Open Democracy)와 인터뷰에서 “우린 그간 국회의원과 회의를 하고 청원에 서명하며 행진을 조직하는 등 대부분의 수단을 이미 사용해봤다”라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다른 방식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과격한 방식으로 인해 환경운동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표적이 된 기업들이나 정부가 이들의 극단성을 비판하며 오히려 버틸 수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나 에너지 전환에 취약한 개발도상국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기후 행동주의자들의 주장대로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할 수만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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