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시리아·이라크 쿠르드족 지역 공습…“이스탄불 테러의 복수”

2022.11.21 16:14 입력 2022.11.21 16:21 수정

시리아 북동부 하사카주 타클바클 마을의 한 주민이 20일(현지시간) 튀르키에군 공습으로 폐허가 된 발전소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리아 북동부 하사카주 타클바클 마을의 한 주민이 20일(현지시간) 튀르키에군 공습으로 폐허가 된 발전소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튀르키예가 이스탄불 폭탄 테러의 배후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디스탄 노동자당(PKK)을 지목하면서 이들의 근거지인 시리아·이라크 접경지역에 대한 공습에 나섰다. 민간인 희생자가 다수 발생하고 시리아 정부군까지 사망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튀르키예 국방부는 2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전날 시리아 북서부 탈 리파트에서 이라크 북동부 칸딜산맥에 이르는 지역을 공습해 89개 목표물을 타격했으며, 수많은 테러리스트를 죽였다고 밝혔다. DHA통신은 F-16 전투기가 튀르키예 남부 마라티아와 디야르바키르 공군기지에서 발진했고 드론도 바트만에서 출격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군은 특히 쿠르드족 다수 거주 지역인 시리아 북서부 도시 코바니 주변 일대를 집중 공격했다.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주도하는 시리아 반군 조직 시리아 민주군(SDF)은 트위터를 통해 실향민이 밀집한 코바니 교외의 두 마을이 튀르키예군의 폭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SDF는 이번 공습으로 민간인이 11명 사망했으며 병원, 발전소, 곡물 저장고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이라크와 국경을 접한 시리아 북동부 데리크 마을의 한 주유소 직원은 AP통신에 “튀르키예군이 다섯 차례 공습했다”면서 “죄를 짓지 않은 무고한 시민들이 죽고 다쳤다”고 밝혔다. YPG 연계 여군부대인 YPJ도 이번 공습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며 튀르키예를 규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번 공습으로 시리아 북부에서만 최소 3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튀르키예군의 이라크 지역 공격 목표물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라크에서는 최소 32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다.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8500만명 시민들과 국경 안전을 보장하고, 튀르키예에 대한 어떤 공격도 보복하는 것”이라고 이번 작전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브라힘 칼린 튀르키예 대통령실 대변인은 트위터에 “이스티클랄에 대한 보복의 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튀르키예 국기 사진을 내걸었다. 이스티클랄은 지난 13일 폭발 사건이 일어난 이스탄불 거리의 이름이다. 이 폭발로 최소 6명이 숨지고 80명이 다쳤다. 튀르키예 정부는 PKK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PKK는 배후를 부인하면서 자신들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공격을 벌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PKK는 튀르키예 남동부에 독립 국가 수립을 목표로 결성된 단체로 1984년부터 본격적으로 튀르키예군과 충돌했다. 이 분쟁으로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튀르키예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PKK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반면 PKK의 시리아 내 지원 세력으로 분류되는 YPG의 지위에 대해서는 튀르키예와 서구 국가 간 의견이 엇갈린다. YPG는 미국의 대테러전 파트너인 SDF에 편입돼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올렸다.

튀르키예는 2016년 이후 세 차례 시리아 북부를 침공했고 이미 일부 영토를 장악하고 있다. 튀르키예군은 지난 4월 이라크 북부의 PKK에 맞서 새로운 지상·공중 작전을 개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공습 지시를 내렸다.

튀르키예·시리아 국경지대에서 군사적 긴장은 높아졌다. SDF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에 대해 “언젠가 응답이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적절한 장소와 시간에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은 자국 국인 1명과 경찰관 2명이 남부 국경 검문소에서 로켓 공격을 당해 다쳤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정부군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튀르키예군의 침략으로 자국 군인 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SOHR은 튀르키예군이 시리아 북동부 하사카와 중부 알레포 지역을 25차례 공습했다고 전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SDF를 비롯해 군인은 최소 12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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