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전방위 감청 파문…미국, 한국도 들여다봤다

2023.04.09 21:10 입력 2023.04.09 22:48 수정

유출된 우크라전 기밀문건서 확인…대통령실, 무기 지원 ‘고심’한 내용

“바이든이 압력 가할 우려”…김성한 안보실장·이문희 비서관 발언 담겨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군의 기밀문건이 온라인에 대량 유출되면서 미 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이 적대국뿐 아니라 한국 등 일부 동맹국들도 감청해온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측의 동맹국 감청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 국빈방문을 앞두고 나온 악재로 평가된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안이 한·미 동맹에 중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당 문건 중 최소 두 부분에는 한국 정부가 미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포탄을 공급하는 것이 살상무기 지원 금지 원칙에 위반되는지를 놓고 내부 논의를 한 내용이 담겨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일일 정보 업데이트에서 나온 것으로 분류된 한 문건에는 “한국의 관리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해 물자를 제공하라고 압력을 가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문건에 따르면 이문희 당시 외교비서관은 “(포탄 지원에 관한) 분명한 입장 없이 한·미 정상통화는 곤란하다”며 “한국은 살상무기 지원 금지 원칙을 어길 수 없으므로, 유일한 선택지는 원칙을 공식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임기훈 국방비서관이 이에 대해 3월2일까지 최종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는 말도 언급돼 있다. 그러나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의 요구에 응할 경우 시기적으로 ‘국빈방문’과 ‘포탄 지원’을 맞바꾼 것으로 비춰질까봐 우려한 것으로 나온다. 결국 김 실장은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빨리 공급하는 것이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이므로, 155㎜ 포탄 33만발을 우크라이나 무기 전달 통로인 폴란드에 판매하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NYT는 공교롭게도 문건에 이름이 등장한 김 전 실장과 이 전 비서관 모두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한 달여 앞둔 지난달 말 불분명한 이유로 사직하는 바람에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문건에는 이 같은 한국 내 논의 정보를 어떻게 파악했는지가 설명돼 있는데, NYT는 정보기관들이 전화 및 전자메시지 등 모든 종류의 통신 감청에 사용하는 “신호 정보 보고”라는 표현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 문건은 미국이 한국 영토 내에서 불법적인 도·감청을 했으며, 대한민국 국가안보 기밀을 다루는 국가안보실 주변이 외부의 도·감청에 취약한 상태라는 것을 증명한다.

NYT는 “이미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복잡해졌고, 미국의 비밀유지 능력에 대한 의구심마저 자아냈다”면서 “이런 도청 사실이 공개되는 것은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한국과 같은 주요 파트너 국가와의 관계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 상세 기밀 담겨 우크라 전쟁 영향 가능성도

앞서 지난 6일과 7일(현지시간) 게임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와 미 극우성향 온라인 게시판인 ‘포챈(4chan)’ 등에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우크라이나 부대 증설 및 무기보급 계획, 중국·중동 지역 등에 대한 미군의 기밀 등이 담긴 문건이 유포됐다.

일부 문건은 한 달 전부터 게시돼 있었지만, 미 당국은 문건이 트위터와 텔레그램 등을 통해 확산된 후에서야 그 사실을 알아챘다.

유출된 문건은 총 100쪽에 이르며, 국가안보국(NSA)·CIA·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문건 유출로 미 정부가 알고 있는 러시아 측의 군사 및 안보 정보가 노출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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