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미 디폴트 현실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23.05.23 17:21 입력 2023.05.23 17:26 수정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A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AP연합뉴스

미 백악관과 공화당이 정부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지지부진한 논의를 이어가면서 다음달 1일(현지시간) 미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디폴트 시한을 불과 열흘 앞둔 22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연방 하원의장이 세번째 협상을 벌였지만, 이번에도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양 측은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나눴다”면서 점차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으나, 미 언론들은 막판까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의 영향을 받는 매카시 의장이 마지막까지 연방지출 대폭 삭감이라는 요구 조건에서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디폴트 1주일만 이어져도 미국인 150만명 일자리 잃어

이에 세계 경제 규모 1위인 미국이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벌어질 일들과 파장에 대해 외신들은 우려 섞인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이미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지난 1월 법정 한도(31조4000억달러)에 도달했다. 미국은 1917년 1차 세계대전 당시 방만한 재정운용을 방지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빌려쓸 수 있는 돈을 의회가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은 세금 등 정부 재정 수입보다 각종 지출로 나가는 돈이 많기 때문에 국채 발행 등으로 재정 적자를 해결해왔지만, 부채 상한선에 돌입하면 더이상 신규 국채를 발행할 수 없다.

미 재무부는 지난 1월 19일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막히자 특별 조치를 가동했다. 해당 특별조치에 따라 연방정부는 공무원 퇴직 및 장애연금, 우체국 퇴직자 건강보험 기금 등 각종 연기금 신규 납부를 중단했다. 하지만 특별 조치만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하자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다음달 1일을 디폴트 시한으로 못박았다.

AP통신·뉴욕타임스 등은 결국 의회가 부채한도 상향에 합의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미 의회는 최근까지 평균 1년에 한번 꼴로 약 110차례에 걸쳐 부채한도를 상향해왔다.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최근에는 부채한도 상향을 해야 할 때마다 지긋지긋한 정치적 진통이 되풀이됐고, 그때마다 증시하락, 신용등급 강등 등의 부작용을 겪었다. 2011년 미 의회가 디폴트를 불과 수 시간 앞두고 합의에 이르렀을 때에는 급락한 주가 회복에 수개월이 걸렸다. 당시 미 신용등급은 AAA에서 AA+로 강등됐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데드라인 이후에도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자금 지급 우선 순위를 두고 고민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채를 매수한 채권자들에게 이자를 우선적으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무원·군인 연금 지급을 미루고 사회보장지출 등을 줄여야 한다. 연방근로자들이 일시해고되거나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방안도 거론된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이 경우 올 3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2%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4분기에는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디폴트가 1주일만 이어져도 미국인 15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올 여름까지 길게 지속되면 78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주가가 급락하며 10조달러가 날아갈 것으로 예측했다.

전세계 모든 대출 금리 상승…환율 요동으로 혼란 가중

미 국채 시장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는 24조달러(3경1600조원)에 달한다. 미 국채는 가장 안전한 투자라는 인식이 강해 많은 나라들이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3월 기준 미 국채 보유액은 일본 1조877억달러, 중국 8693억달러, 영국 7140억 달러, 한국 1140억달러다. 게다가 하루 약 4조달러가 오가는 환매조건부채권 상품의 가격 책정 기준이 미 국채인 만큼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 또한 클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달러 가치가 요동치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영국 투자은행 판무어 고든의 수석 경제학자인 사이먼 프렌치는 “미국의 디폴트는 각국 국채 위험성을 부각시키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결국 공공부채는 물론 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상승시킬 것”이라며 “하루 아침에 모든 대출 상품이 더 비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채무불이행 채권을 담보로 연준이 자금을 대출해주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 정치권의 부채한도 상한 협의가 더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는 “디폴트 위기는 현재 연준이 경기침체를 야기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조절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랜덜 크로즈너 전 연준 이사는 “디폴트 사태는 연준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처럼 어려운 일(인플레이션 완화)을 하고 있는데,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위험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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