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쌀 걸어잠그자···아시아 시장 ‘급체했다’

2023.09.04 17:44 입력 2023.09.05 14:17 수정

쌀 가격 15년 만에 ‘최고치’

수출 2위 태국·3위 베트남은

쌀값 20% ↑···사재기 반영

필리핀은 가격상한제 발표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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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소울푸드’ 쌀이 각국의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복병이 됐다.

기후변화와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의 수출 제한으로 쌀 가격이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 아시아 각국이 가격상한제, 수출통제 등의 조치를 취하며 쌀값 잡기에 안간힘을 쓰지만 오히려 가격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현지시간) 스트레이츠타임스(ST)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페락주 타파에서 중국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웡초이심은 쌀밥 한 그릇 가격을 약 20센 가량 인상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의 또 다른 유명 레스토랑 주인 모드 아스라즈 아자린 역시 메뉴 가격을 50~80센 가량 인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쌀 가격이 급등해 도저히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쌀 수입업체 베르나르는 지난 1일 수입 백미 가격을 36%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 환율, 지정학 갈등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인도식 레스토링 주인 하비브 사울 하미드는 올해 들어 닭고기, 쇠고기, 야채, 향신료 등의 가격은 진즉 올랐다며 “쌀마저 가격이 오르면 음식점주와 고객 모두 사정이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국제 7월 쌀 가격은 전달보다 2.8% 올라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쌀 가격은 15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이는 인도의 쌀 수출 금지에 따른 도미노 효과이다. 극심한 식량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는 지난 7월 비(非)바스마티 품종의 쌀을 수출을 금지했고 지난달 25일에는 찐쌀에 수출관세 20%를 부과하는 조치를 추가로 내놓았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는 지난해 약 2200만t의 쌀을 수출했는데 비바스마티 쌀이 1000만t, 찐쌀이 740만t이었다. 국제 쌀 가격을 흔들기 충분한 물량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의 수출규제 이후 세계 쌀 수출 2·3위 국가인 태국과 베트남의 쌀 가격은 20% 올랐다. 불안심리에 의한 사재기가 가격 상승에 반영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얀마도 지난달 25일 쌀 수출을 45일 동안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 역시 사재기를 부추길 것으로 평가받는다.

필리핀은 지난 1일 쌀 가격상한제 조치를 발표했다. 오는 5일부터 일반 쌀은 1kg당 41페소(0.72달러), 잘 도정된 쌀은 45페소(0.79달러) 넘는 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다. 필리핀 경제개발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인도의 쌀 수출 규제, 유가 불안정과 더불어 ‘카르텔의 사재기’를 쌀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효과를 두고는 논란이 인다. 필리핀 매체 인콰이어러는 쌀 가격이 낮아지면 농민들이 생산량을 줄여 시중의 쌀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쌀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에서는 자급자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N. 마리무투 말레이시아 소비자협회연맹 회장은 “1960~1970년대에는 쌀을 자급자족했다”며 “국내에서 쌀을 재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쌀 수출국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예전 만큼 벼농사를 짓지 못해 다른 작물의 재배를 고민하고 있다. 태국은 가뭄에 대비해 벼보다 물을 덜 소비하는 수수 등의 대체작물 재배를 장려하고 있다. 실제 올해 태국 주요 쌀 생산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40% 줄었다. 인도네시아 역시 엘니뇨 영향으로 쌀 생산량이 5%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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