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민간인 보호”, 뒤로는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하는 미국

2023.11.07 21:56

정밀 유도폭탄으로 바꾸는 장비 3억달러어치 판매 승인

미국이 이스라엘에 3억2000만달러(약 4185억원) 상당의 유도폭탄 판매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겉으로는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를 이야기하면서 이에 모순되는 행동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비유도폭탄을 더 정밀한 유도폭탄으로 바꾸는 키트용 장비 ‘스파이스 패밀리 글라이딩 폭탄 조립품’ 3억2000만달러어치를 이스라엘에 판매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통지했다.

미 국무부가 외교위에 발송한 서한에 따르면, 이 무기는 미 메릴랜드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무기 제조업체인 라파엘 USA가 이스라엘 모회사인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스’에 판매하는 형태로 이전된다.

미 국방부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난달 7일 이후 얼마나 많은 무기와 장비를 이스라엘에 지원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무기 이전도 형식적으로는 외국 기업이 미 정부를 통하지 않고 미 기업으로부터 직접 무기를 구매하는 방식이어서 미 국무부는 제한적인 경로를 통해서만 승인 여부를 공개하면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의회 기록에는 국무부가 지난달 31일 의회에 서한을 제출했다고 나와 있지만, 공개된 의회 웹사이트나 국무부 사이트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번 무기 지원을 두고 미국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관해 내놓는 메시지와 상충한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최근 미국은 민간인 보호를 강조하며 인도적 차원의 교전 중지를 이스라엘에 촉구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중동 민주주의 프로젝트의 세스 바인더 연구원은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에 인도적 교전 일시중지를 촉구해왔지만, 이번 무기 판매를 비롯한 군사 지원들은 이런 노력을 완전히 약화시킨다”며 “(말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의 행동은 폭격을 지원한다고 말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NYT도 “일반적으로 폭탄 유도장치는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도시 지역에서는 여전히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전쟁이 시작된 후 이스라엘에 위성항법장치(GPS) 시스템으로 목표물을 추적·파괴하는 소구경 폭탄 1000발, 고성능 탄약, 155㎜ 포탄 등 무기를 발빠르게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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