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인가 학생인가…美 대학 농구팀, 사상 첫 노조 가입 추진

2024.03.06 09:47 입력 2024.03.06 14:20 수정

5일(현지시간) 다트머스대학 캠퍼스 모습.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다트머스대학 캠퍼스 모습. AP연합뉴스

미국의 한 대학 소속 농구팀 선수들이 사상 최초로 노동조합 가입 안건을 투표에 부쳐 가결시켰다. 선수들을 노동자가 아닌 학생으로 규정해 온 대학 측이 반발하면서, 학생이지만 수십억 달러(수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대학 농구선수’의 지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다트머스대학 소속 남자농구팀은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 감독아래 전미서비스노조(SEIU) 지부 가입 의사를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선수 전원인 15명이 이날 투표에 참여해 13명이 찬성했으며, 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소속 대학농구팀 선수들이 노조 가입 투표를 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다트머스대학 농구팀은 지난달 노동관계위가 이 대학의 농구팀 선수들을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결정한 데 따라 투표를 벌였다.

이를 주도한 다트머스대 농구팀 신입생 케이드 호킨스는 “우리도 대학의 노동자이자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다트머스 대학은 과거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아마추어 시대를 끝낼 때”라고 말했다.

대학 농구선수들의 노조 가입이 이목을 끈 것은 미국의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 NCAA 대학농구의 운영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AP통신은 NCAA가 치솟는 대학농구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학생’이라고 주장하며 사실상 무급으로 팀을 운영해왔다고 보도했다. 반면 대학농구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대학과 코치진은 경기 성적에 따라 막대한 보상을 챙겨왔다.

5일(현지시간) 다트머스 대학 캠퍼스 가로등에 농구 선수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다트머스 대학 캠퍼스 가로등에 농구 선수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AP연합뉴스

대학 측은 선수들의 노조 가입 소식에 반발했다. 다트머스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농구팀의 학생들은 대학에 고용된 게 아니다”라며 “아이비리그 학생은 대학 대표팀 선수라 할지라도 학업이 가장 중요하며 운동선수로서 활동은 교육적 경험의 일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 학생이 단지 농구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로 분류하는 것은 전례 없을 뿐 아니라 부정확하다”면서 노조를 결성한 농구팀을 대학과 NCAA에서 방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트머스대는 앞서 선수들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한 노동관계위의 결정에도 재심을 신청해 선수들의 노조 가입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스포츠계에서는 노조 가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메이저리그 야구선수협회 전무이사인 토니 클라크는 “이번 투표로 선수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너무 오랫동안 무시되어 왔던 권리와 혜택을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목소리를 갖게 되었다”면서 “선수들의 용기와 리더십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대학 농구선수 출신으로 코네티컷 대학 농구팀의 코치로 재직 중인 다니엘 헐리는 “선수들을 노동자로 대우하는 것이 대학 농구의 미래”라고 주장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