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본법, 알고보니 청소년 규제 기본법”

2014.01.08 21:36

최훈민 ‘희망의 우리학교’ 대표, 지자체에 민간 단체 등록 신청

“현행법상 미성년자 불가” 답변

청소년이 만든 대안학교인 ‘희망의 우리학교’ 대표 최훈민군(19)은 지난달 13일 서울시청을 찾았다. 임의단체였던 희망의 우리학교를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기 위해서였다. 임의단체로는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지방자치단체 사업에도 참여할 수 없어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날 최군은 등록 신청도 하지 못한 채 청소년기본법의 취지를 의심해야 했다. 서울시 아동청소년담당관은 최군에게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미성년자, 금치산자, 한정치산자는 청소년단체 대표가 될 수 없다”며 등록 신청을 받지 않았다.

최군이 더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은 청소년은 청소년 비영리민간단체의 구성원도 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100명 이상의 상시구성원이 있어야 한다. 이날 담당 직원은 “안전행정부가 ‘상시구성원에 미성년자는 포함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안행부가 미성년자는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구성원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군은 8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다른 단체도 아니고 청소년단체인데 청소년들을 구성원으로 받지 않는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청소년기본법이 청소년 참여를 막는 것은 모순이다. 청소년기본법이 아닌 ‘청소년 규제 기본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도 6년 전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시도했다가 청소년기본법에 막혀 포기했다. 8년째 아수나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따이루 활동가(21)는 “청소년이 대표로 참석할 수 없게 되면 청소년단체에서 청소년이 배제된다는 생각에 단체 등록을 포기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활동가들이 많은데 이들이 배제되면 모두가 평등한 구조를 가질 수 없다”며 “지자체별로 운영하는 청소년 참여위원회 위원도 학교장과 학부모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등 대부분의 사회활동에서 청소년은 주체가 아닌 관리 대상”이라고 말했다.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는 “비영리민간단체의 취지는 비영리적인 목적의 사회활동을 증진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청소년 관련법들도 청소년들의 사회참여 활동 등을 증진하는 것인데, 이를 막는 조항이 있다는 것은 법체계나 법의 구성원칙 등에 역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장은 “청소년 활동은 청소년들이 당사자이고 주체”라며 “국내에서도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책과 법 전반이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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