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 ‘황당 합격 취소’… 경찰 “명의도용 범인은 여학생 추정”

2015.01.09 21:19 입력 2015.01.09 21:20 수정

입시대행업체 전화 걸어 비밀번호 바꿔

대학측 “피해자 확인 땐 추가합격 검토”

패션디자이너가 꿈인 한 여고생이 올해 수시전형에서 건국대에 합격하고도 누군가에게 명의를 도용당해 자신도 모르게 합격이 취소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해당 대학은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합격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대학 등록마감일이 다음달 4일이어서 수사가 지연될 경우 자칫 입학을 못할 수도 있는 처지다.

9일 건국대는 “인천 서구의 한 실업계고교 3학년인 류모씨(19)가 지난달 14일 인터넷에 접속해 등록금 환불을 요청하고, 다른 대학으로 가겠다고 밝혀 입학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돈을 돌려주고 합격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류씨의 부모는 열흘 뒤인 지난달 24일에야 통장에 건국대에서 등록예치금 30만원을 입금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류씨는 25일이 휴일이어서 이틀이 지난 26일 건국대에 “환불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대학 측은 “학교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번복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결국 류씨는 합격이 취소된 지 열흘이 넘도록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통장 입금내역을 보고 알게 된 것이다. 류씨는 통장을 확인하지 않았으면 등교까지 할 뻔했다.

고교 3년간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류씨의 부모는 “건국대가 ‘합격 취소’란 알림 문자메시지만 보냈어도 이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대책을 호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서부경찰서는 누군가 류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류씨는 입시 원서를 대행업체를 통해 제출했다”면서 “한 여학생이 입시대행업체에 전화를 걸어 ‘비밀번호가 바뀌었다’며 임시 비밀번호를 받아 건국대에 접속해 입학 의사가 없다고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류씨는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건국대 합격 등 ‘인증샷’을 올려 이름과 수험번호 등이 인터넷에 노출된 상태였다.

류씨는 수시전형에서 건국대와 덕성여대 의상디자인학과에 합격했다. 류씨는 “덕성여대에는 건국대에 합격해서 갈 수 없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류씨가 범죄 피해자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교육부와 협의해 정원 외 추가 합격 등 구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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