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안 가도 ‘사는 곳’에서 잘 관리되는 ‘치매 친화사회’ 만들어야

2018.03.06 06:00 입력 2018.03.06 06:02 수정

‘치매국가책임제’ 약속한 정부, 인프라 양적 공급에만 초점 둬

시설, 사회서 배제되는 두려움 커

[우리는 충분히 ‘돌봄’ 받고 있는가]요양원 안 가도 ‘사는 곳’에서 잘 관리되는 ‘치매 친화사회’ 만들어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치매환자 수는 72만4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노인인구 중 10.2%에 해당하는 것으로,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환자임을 뜻한다. 2050년이 되면 치매환자는 28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를 돌봐야 하는 직계가족이 3명(자녀 부부와 손자)이라고 가정할 경우 10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치매 당사자이거나 부양 부담을 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치매는 더 이상 단순한 개인의 질병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우리 모두의 현실이자 가까운 미래다.

정부는 올해를 ‘치매국가책임제’ 원년으로 삼고 다양한 치매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가족이 떠안아 온 치매노인의 부양 부담을 국가가 나누겠다는 취지다.

[우리는 충분히 ‘돌봄’ 받고 있는가]요양원 안 가도 ‘사는 곳’에서 잘 관리되는 ‘치매 친화사회’ 만들어야

전국에 치매안심센터를 252개로 확충해 치매상담과 검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치매안심형 요양시설 등 인프라를 늘리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경증 치매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중증 치매환자의 경우에는 자기부담금을 경감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치매를 국가 주요 현안으로 보고 적극적 정책 시행에 나섰다는 점에서 기대가 모아지지만, 서비스 질보다는 양적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우려와 치매환자를 인간적으로 돌보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치매노인이 사회적으로 소외되지 않고 시민권을 당당히 행사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람중심의 돌봄 모델(Person-Centred Care)’을 제시했다. 영국에서 1990년대 말 개발한 이 모델은 치매노인을 차별하거나 소외시키지 않고 욕구와 상태를 파악해 그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 교수는 “치매노인이 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소하지 않고 최대한 집과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집에서도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의 전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재가 서비스와 지역사회 기반의 보건의료, 복지서비스의 연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를 치매친화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가족의 부양 부담을 덜 수 있는 지역 내 소규모 그룹홈이나 일본의 치매안심마을처럼 지역 공동체를 통해 치매에 걸려도 원래 살던 곳에서 가족과 이웃, 동료들과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센터와 치매전문 요양시설 등 인프라 확충과 사회보장 강화를 기반으로 지역사회 내 치매 돌봄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과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국가가 이에 대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치매 문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 공공의 안전망 안에서 치매환자가 ‘삶터에서의 노후(Aging in place)’를 보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두려움 없이 치매를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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