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의 성장에 꼭 필요한 것

2018.03.26 21:36 입력 2018.03.26 21:43 수정

[베이스볼 라운지]포수의 성장에 꼭 필요한 것

이제 대졸 2년차. 개막전 선발 포수는 당연히 처음이었다. 긴장감이 느껴졌다. 공을 미트로 끌고 들어오지 못하고, 투구의 각에 따라 미트가 따라다녔다. 바깥쪽 공은 더 바깥쪽으로, 낮은 공은 더 낮은 쪽으로 미트가 움직였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 1회말 무사 주자 1루. 11구째가 원바운드로 낮게 떨어졌다. 몸을 움직여 무릎을 모으고 상체를 숙이는 블로킹 동작 대신 미트를 왼쪽으로 가볍게 움직이며 원바운드 캐칭을 했다. 1루주자의 도루 스타트에 대한 반응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잘 잡아 던진 송구가 선발 투수의 등짝을 맞혔다. 롯데 선발 펠릭스 듀브론트가 괜찮다고 손짓했지만 포수 나원탁의 얼굴이 굳었다.

[베이스볼 라운지]포수의 성장에 꼭 필요한 것

나원탁은 롯데의 오랜 주전 포수 강민호가 떠난 자리를 메워야 한다. 메워야 할 자리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첫 경기, 1회 송구 실수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 야구 관계자는 “투수 맞히는 송구는 10년 만에 보는 것 같다”고 했다.

NC도 주전 포수가 바뀌었다. 김태군은 입대했고, 신진호가 개막 선발 포수로 나왔다. 4회에 투구를 뒤로 빠뜨렸고, 5회에는 LG 강승호에게 도루를 허용했다. 마스크를 썼지만 허둥지둥, 우왕좌왕을 완전히 감추지 못했다.

포수의 성장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해야 할 일이 많다. 일단 공을 잘 잡아야 한다. 어떤 공이 날아오더라도 뒤로 빠뜨리면 안된다. 한국 야구 문화는 유난히 포수의 블로킹을 강조한다. 궂은 일을 다 책임져야 한다는 이미지도 강하다. 그 고생을 하는데도 야수의 실책보다 포수의 실책에 더 야박하다. 심지어 원바운드 공이 뒤로 빠지는 건 공식 기록으로도 투수의 ‘폭투’다. 그런데도 상당한 양의 비난이 포수를 향한다. “온몸을 던져 막아야 한다”는 게 당연시된다.

볼배합도 해야 한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진 속구가 안타가 되면, 이 또한 포수의 잘못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변화구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서둘러 승부하다 맞았다는 논리다. 잘되면 투수 덕분, 잘 안되면 포수 탓이다. 야구 포지션 중 ‘을’ 중의 ‘을’이다. 중계화면 점유율도 엄청나다. 투수는 계속 바뀌지만, 포수는 대개 경기 내내 앉아 있다. 중계 내내 타자와 함께 ‘투 샷’으로 잡힌다. 실수라도 하면 표가 많이 난다.

롯데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강민호에게 ‘포수가 성장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을 물었다. 강민호는 주저없이 “상황판단 능력”이라고 말했다. “경기 중 뭔가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포지션”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판단보다 과감한 판단이 중요하다. 우물쭈물하는 것보다는 한쪽으로 빨리 결정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를 보다 선명하게 표현했다. 포수 출신 김 감독은 “신인 포수? 제일 중요한 건 ‘깡’이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포수는 엄청나게 할 일이 많은 포지션이다. 어차피 실수는 나온다. 그 실수 다 신경쓰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했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25일 삼성전 1회 패스트볼을 기록했다. 멀쩡한 공을 뒤로 빠뜨렸다. 그걸 빌미로 4점을 줬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한 점도 주지 않았고 결국 두산은 5-4로 이겼다. 베테랑 포수의 힘이다.

나원탁, 신진호에게 지금 필요한 건, 김 감독이 말한 ‘깡’이다. 욕 먹는 것쯤 툴툴 털어버리는 배짱과 용기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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