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공격 심리가 화병을 만든다

2018.04.02 09:15 입력 2018.04.09 10:11 수정
강용혁 분당 마음자리한의원장

누군가와 함께 살다보면 ‘참 이해가 안 된다’ 싶은 상대가 있습니다. 물론, 성격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른 것이야 일상다반사입니다. 그런데 이런 걸 떠나서, ‘어떻게 이 정도도 못하지? 왜 저걸 못하지?’ 싶은 생각에 속이 터질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동일한 단순 실수를 계속 반복합니다. 계산이나 어떤 과정이 복잡한 것도 아닙니다. 몇 번을 일러주고 때론 심하게 야단을 쳐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합니다. 또, 빈둥거리거나 늑장을 부리기도 하고, 약속을 해놓고도 매번 ‘아, 깜빡했다, 미안해요’라는 식입니다. 중요한 서류를 제출하러 가면서, 정작 서류는 놓고 가버리는 식입니다. 하지만, 다음번에 또 비슷한 실수를 반복합니다. 언제까지 해주겠다 약속을 해놓고도, ‘금방 된다’며 약속도 계속 깜빡깜빡 하면서 어기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사람이니까 실수이겠거니’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상대가 그걸 해낼 능력이 없는 게 절대 아닙니다. 겉으로는 ‘깜빡했다, 실수다’라고 포장하지만, 사실은 무의식적인 고의가 숨어있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될 때는 ‘수동공격 심리’라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은 깜빡 잊거나 실수한 게 아니라, 수동적이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괴롭히고 공격하는 겁니다.

인간의 언행 하나하나는 결코 그냥 아무렇게나 이뤄지는 법이 없습니다. 정신결정론, 즉 인간의 모든 언행은 정신이 결정한다는 겁니다. 겉으론 ‘아, 실수에요’라고 말할지라도, 정신의학적으로는 그 사람의 무의식에서 결정한 것으로 봅니다.

☞ ‘한의사 강용혁의 심통부리기’ 팟캐스트 듣기

‘왜 저런 실수를 하지?’라며 속 터지게 만들지만, 이 또한 단순히 무기력하거나 실수가 아니라, 나름의 의도된 행동일 때가 많습니다. 도대체 왜 실수인 것처럼 반복할까요? 일종의 저항이자 공격행위입니다. 나보다 힘이 센 상대하고 그냥 맞붙어 대놓고 저항하면, 도리어 내가 더 얻어터지게 됩니다. 장관이 불만 있다고 대통령한테 직접 분노를 표출하고 저항할 순 없겠죠. 직원이 상관한테도, 자식이 부모한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이렇게 수동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힘센 상대의 권위나 요구를 무시하는 겁니다. 자신의 의무나 책임을 은근슬쩍 실수인 척, 빈둥거리고 늑장부리고, 또 뭐라 말하기도 애매한 작은 실수들을 해버리는 겁니다. 하지만, 실수 이면에는 ‘분노’라는 감정이 감춰져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직접 드러내지 않고 우회적으로 저항함으로써 상대를 괴롭게 만듭니다. 내가 충분히 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안 해버리는 겁니다. 또는 실수해서 망쳐버리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상대는 답답하고 괴로워집니다. 이런 심리를 모르고 더 열받아하거나 윽박지르기만 하면, 상대의 수동공격 목적은 오히려 더 달성됩니다. 상대방이 속 터져 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오히려 무의식적으론 쾌감을 얻게 됩니다.

수동공격 심리에서 비롯되는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고 더 목소리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개선이 잘 안됩니다. 상대의 분노와 내심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한의사 강용혁의 심통부리기 제 229화에서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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