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0년 무노조 포기한 삼성의 변화를 주목한다

2018.04.17 21:18 입력 2018.04.17 21:19 수정

삼성전자서비스가 17일 90여개 협력업체 직원 약 8000명을 직접고용하고, 합법적인 노조활동도 보장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이어서 상당히 파격적이다. 특히 대기업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인 데다 80년간 고수돼온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사실상 폐기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가전제품의 수리와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의 지분이 99.33%에 달하는 자회사다. 그동안 현대차, SK, LG 등 다른 대기업들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본사 또는 자회사의 직접고용으로 전환했으나 삼성은 간접고용을 유지해왔다.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 노조인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2013년부터 삼성전자서비스에 노동자 지위를 인정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월 삼성전자서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협력업체에 소속된 서비스기사는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날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노사 양측이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 계열사가 공개적으로 노조활동을 인정한 것은 1938년 그룹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삼성그룹에는 삼성전자서비스 외에도 삼성물산(옛 에버랜드)과 삼성웰스토리, 삼성에스원 등에 노조가 있지만 활동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직접고용 전환과 노조활동 보장은 최근 검찰이 삼성의 ‘노조 와해’ 문건 6000건을 입수해 수사에 나서면서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피하기 어렵게 된 데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뇌물혐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연유로 노동계 일각에선 삼성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반인권적 경영과 다를 바 없다. 삼성이 구시대적인 무노조 경영을 포기한 마당이라면, 노사상생 경영의 틀도 다시 세워야 한다. 아울러 구태와 낡은 사고, 정경유착을 버리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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