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문경은 감독 “스타 출신 감독은 안된다는 우려 털고 해냈다 생각에 눈물”

2018.04.19 20:52 입력 2018.04.19 22:38 수정

서울 SK 프로농구 챔피언으로 이끈 문경은 감독

문경은 서울 SK 감독이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제임스 메이스가 역전슛을 성공시키자 주먹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경은 서울 SK 감독이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제임스 메이스가 역전슛을 성공시키자 주먹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SK 문경은 감독(47)은 2017~2018 프로농구 챔피언에 오른 18일 밤을 그대로 새웠다.

공식 축하행사가 새벽 2시30분에 끝났고, 코칭스태프만의 시간을 보내고 용인 숙소로 돌아가니 어느새 동이 훤히 터 있었다.

몇 시간 눈을 붙이고 19일 오후 느지막이 깨어난 문 감독은 “좀 허전해요. 여전히 뭔가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우승 뒷이야기를 차분히 풀어놓았다.

휴대폰에는 축하 문자메시지가 수백개나 쏟아져 들어와 있었다. “이런 거 처음 봐요. 친구, 동창, 오랜만에 연락 주시는 분 등등…. 농구 인기가 떨어졌다고 하는데, 아직도 많이들 보시고 사랑해주시는구나 생각했습니다.”

6차전 승리가 확정된 순간 문 감독은 한동안 벤치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며 일어서지 못했다. 보통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함박웃음을 짓거나 펄쩍펄쩍 뛰는 그런 장면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문 감독은 “그동안 스타 출신 감독은 성공하기 어렵다거나, ‘문애런’이란 소리를 들으며 속상했던 일이 떠오르면서 ‘내가 마침내 해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인터뷰하면서 울먹이느니 시원하게 펑펑 울고 일어나자고 생각했죠. 이왕 우승했으니 제 감정대로, ‘내가 해냈어요’라고 자랑한 거죠 뭐.” ‘문애런’이란 문 감독은 애런 헤인즈 없이는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팬들의 조롱이 담긴 별명이다.

“기사 댓글을 안 보려고 해도, 보게 되더라고요. 이겨도 애런 때문이고, 초짜 감독이 뭘 알겠냐는 말도 있었고. 실제로 헤인즈가 없을 때 2년 동안 플레이오프에 못 나갔잖아요. ‘내가 정말 이거밖에 안되는가’ 자괴감도 들었어요. 계약 마지막 해에 다시 헤인즈와 함께하면서 부담이 컸죠. 올해 실패하면 나는 진짜 ‘문애런’인 거니까. 그게 어제 제 눈물의 반이었어요. 헤인즈하고 해냈다는 생각에….”

2012~2013시즌 정규리그 1위를 하고도 챔프전에서 유재학 감독의 울산 모비스에 4전 전패로 물러났던 참혹한 수모의 기억도 떠올랐다. “그때와 지금의 저는 많이 다르죠. 가장 큰 건 성격이 변했어요. 주위에서 문경은은 생각도 깊이 안 할 거 같고, 분위기 타면 그저 좋아할 거 같다고 여기시는데, 지도자로 7년을 보내면서 상대방 생각도 읽고 공부하고 머리 싸매고, 저를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로 바뀌었어요. 그런 게 준비 과정인 거 같고. 스스로 6~7년 지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프로 선수 시절 단 한 번 맛보았던 2000~2001시즌(삼성)의 우승과 지금의 우승은 어떤 차이일까. 문 감독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때는 선수단의 일원이고, 지금은 리더잖아요. 선수 때는 내가 못해도 다른 선수가 잘하면 우승할 수 있지만, 지금은 제가 다 책임을 져야 하고, 제 한마디에 선수단이 흔들릴 수도 있고….”

농구대잔치 시절 함께했던 동료와 후배들이 지도자로 상대팀 벤치에 앉으면서 그의 목표 의식은 더욱 뚜렷해졌다.

“먼저 감독을 시작한 저는 그들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뭔가 결과물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있었어요.” 우승 순간의 깊은 감회에는 그런 압박감을 털어낸 후련함도 뒤엉켜 있었다.

문 감독에게 농구란 인생의 전부와 같다. “농구 덕에 유명해지고, 부도 갖고…. 제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 있어요.”

최고 슈터 문경은이,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최고 감독으로 거듭난 2017~2018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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