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결정권자는 볼턴 아닌 트럼프 대통령” 북한 달래기

2018.05.17 14:32 입력 2018.05.17 22:01 수정

‘핵폐기와 체제보장’ 교환 방식·순서, 협상 본격화할 듯

북한이 동의할 만한 ‘주고받기 모델’ 만들어낼지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베서스다의 월터리드 육군의료센터에 도착해 전용 헬기 ‘마린 원’에서 내리며 경례를 하고 있다. 이 병원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가 신장 수술을 위해 15일부터 입원 중이다.  베서스다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베서스다의 월터리드 육군의료센터에 도착해 전용 헬기 ‘마린 원’에서 내리며 경례를 하고 있다. 이 병원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가 신장 수술을 위해 15일부터 입원 중이다. 베서스다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북한이 리비아식 ‘선 핵폐기 후 보상’ 방식에 강하게 반발하며 북·미 정상회담 불응 가능성을 제기하자 “리비아 모델이 아닌 트럼프 모델을 따를 것”이라며 리비아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핵폐기와 체제보장 교환 방식과 순서를 두고 북·미 간 협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리비아식 모델 거부에 대해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미국의 비핵화 방식이 리비아 모델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견해가 나왔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가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적합하다고 보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미국은 트럼프 모델을 따른다고 강조했다.

이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강조해온 ‘선 핵폐기 후 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더불어 결정권자는 볼턴 보좌관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볼턴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는 북한의 경고에 화답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에도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취소할지 우려되느냐’ 등의 질문이 이어지자 “지켜봐야 할 것”이란 대답만 반복했다. 트위터에서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CNN은 “섣부른 트위터가 회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의 대응은 북·미 정상회담 모멘텀을 살려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을 향해 “만나길 원하면 준비가 됐고, 원하지 않으면 그것도 괜찮다”면서도 리비아 모델이란 전형을 따르지 않는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2011년 방북해 김 제1부상을 만났을 때 2005년 톰 랜토스 하원의원과 방북한 얘기를 꺼내자, 김 제1부상이 “랜토스 의원이 리비아 모델을 따를 것을 설득했지만 우리는 절대 따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리비아가 어떻게 됐는지 보라”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북한의 리비아 모델 공격과 백악관의 트럼프 모델 강조는 핵폐기와 보상을 주고받는 순서를 두고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의 내용과 북한에 줄 보상안은 상당 부분 공개됐다. 문제는 상호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순서로 주고받느냐다. 버락 오바마 정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고문을 지낸 에번 메디에로스는 뉴욕타임스에서 “북한은 미국이 생각하는 일(선 핵폐기 후 보상)이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이 강조한 트럼프 모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로선 트럼프 모델이 특정 입장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레토릭 차원인지, 실제 협상용 대안을 마련했다는 의미인지 불확실하다. 다만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와 이에 대한 미국의 거부감을 어느 선에서 절충할 수 있느냐가 트럼프 모델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실제 트럼프 정부가 볼턴 보좌관의 주장처럼 극단적 입장만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핵탄두와 관련 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일부를 반년 안에 해외로 반출하면 미국은 그 대가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한 달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양측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주고받기 방식, 즉 북한이 동의할 수 있는 트럼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달린 상황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날 북·미 간 협상 상황에 대해 “이제 막 강을 건너기 위해 물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상황”이라며 “강 중간에 오래 있다가는 물살에 휩쓸려 어디로 떠내려갈지 모른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조속한 절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오는 22일 방미와 한·미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절충안 마련을 위한 한국의 중재 노력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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