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알맹이 빠진 정부의 제주도 예멘 난민 대책

2018.06.29 20:38 입력 2018.07.02 10:35 수정

정부는 29일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난민신청 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난민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의 난민 심사관을 현 4명에서 10명으로 늘려 심사대기 기간을 줄이고, 난민심판원을 신설해 이의제기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했다. 인력이 충원되면 심사 기간이 기존 8개월에서 2~3개월로 앞당겨지고, 이의제기 절차도 현 5단계에서 3~4단계로 단축될 것이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심사 기간 몇 달 줄이는 것을 난민대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올해 들어 552명의 예멘인이 난민신청을 했다. 이 중 527명이 제주도를 통한 무사증(無査證) 입국자다. 대부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말레이시아에 머물다 지난해 말 저가항공 직항 노선이 생기자 급증했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예멘인의 무비자 입국을 불허한 뒤로 제주 무사증 제도를 이용해 입국한 예멘인은 한 명도 없다. 결국 정부의 예멘 난민 대책이란 게 이미 입국한 수백명에게만 적용될 뿐 근본적인 난민보호대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한국을 찾아 난민신청을 하는 외국인은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는 데 매우 인색하다. 한국은 1992년 유엔난민지위협약에 가입했고,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2013년 난민법을 제정했다. 그런데 정작 난민을 수용하고 보호하는 일은 소홀하기 짝이 없다. 국제사회의 난민 인정 비율이 37%(2016년)일 때 한국은 고작 2%에 불과하다. 그만큼 국내 난민정책은 방어적이고 소극적이었다. 예멘 난민에 대한 반감이 확산된 것도 불필요한 경계심을 조장하거나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 당국의 잘못이 크다. 주말인 30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난민 찬반 집회가 각각 예고돼 있다. 정부는 이번에라도 난민정책 전반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되돌아보고, 국내법과 국제협약상 난민신청자는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시민에게 알렸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난민 문제는 이제 지구촌 공통의 과제가 됐다. 순수한 난민들에게 인종과 종교를 떠나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도 불과 수십년 전 나라를 잃고 난민으로 떠돌아다녔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지 않은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주민과 난민들에 대해 “환대하고 보호하라”고 했다. 정부도, 시민도, 자신이 살던 정든 땅을 떠나 떠도는 이방인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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