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식 '부모보험'·'자동육아휴직' 도입될까...정부 검토 중

2018.10.31 15:32 입력 2018.10.31 17:15 수정

스웨덴식 '부모보험'·'자동육아휴직' 도입될까...정부 검토 중

정부가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스웨덴식 ‘부모보험’과 ‘자동 육아휴직’ 등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중 발표할 기본계획에 이런 내용들이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건사회연구원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런 내용이 포함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의 재구조화 방안’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의뢰로 진행된 연구여서, 이날 나온 제안들이 향후 정부의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사가 절반씩 부담해 기금을 만들어 출산·육아휴가자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부모보험 제도다. 스웨덴의 경우 부모보험 기금을 이용해 임신수당, 부모수당, 긴급상황시 임시부모수당 등을 지급한다. 연구진은 출산을 하면 자동적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하는 ‘자동 육아휴직 법제화’도 정부 과제로 제안했다. 야당에서 제안한 적 있고, 전문가들도 국내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온 제도다.

노동자가 건강·육아·은퇴 준비 등을 이유로 주당 근무 시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로시간 단축청구권’도 과제에 포함됐다. 이 제도는 그간 당정이 추진해온 것이어서 저출산 기본계획에 실릴 경우 추진에 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날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의견을 수렴해 최종 계획을 11월 중 발표한다.

■ 육아휴직 눈치보기 없앨 수 있을까

정부는 5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한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은 2015년 말 발표한 제3차 기본계획(2016~2020년)이다. 하지만 이 기간의 합계출산율이 예상보다 더 떨어지자, 기본계획의 틀을 다시 잡는 ‘재구조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보사연이 기본계획 재구조화 방안을 연구해 부모보험 같은 새로운 과제들을 제안한 데에는, 기존 계획이 아이를 낳아 키울 사람들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보장해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깔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육아휴직이다. 법으로 보장돼 있다지만 기업 규모가 작아질수록 휴직률은 현저히 떨어지고,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 비율은 여전히 미미하다. 부모가 되면 자동으로 휴직하게 하는 ‘자동 육아휴직’ 제안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자동 육아휴직이 법으로 정해지면 회사 눈치를 보느라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정규직도 육아휴직 제도 안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에서 도입해 사회복지 전문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부모보험은 노·사 양측이 부담을 나누면서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엄마아빠 모두가 노동시장에 참여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기금을 만드는 데에 회사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제도화된 출산휴가·육아휴직도 완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한국적 현실’에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직원들이 유연하게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근로시간 단축청구권’도 아직까지는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시장의 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만큼 이런 제도들까지 다양한 모델을 검토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출산율 높이기’에서 ‘실질적인 혜택’으로 가야

보사연은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포용성’도 강조했다. 불합리한 가족법제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출생통보제’를 제안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의료기관이 국가나 공공기관에 먼저 알리고, 그 뒤에 부모 등이 신고하게 하자는 것이다. 출생신고를 꺼리는 미혼 부모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정부 지원을 못 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날 나온 제안들은 대체로 출산·육아를 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출산율 높이기’를 목표로 삼은 기존 저출산 대책의 규모는 오히려 줄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기존 190개 세부과제를 절반으로 줄이고, 40조원이 넘는 저출산 예산에서 7조원가량 감축하는 방안을 내놨다.

연구를 맡은 김종훈 보사연 인구정책연구실장은 “그동안 저출산·고령화가 극복해야 할 문제인지, 적응해야 할 문제인지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는데 이번 대책에서는 ‘적응 대상’으로 인식해 부작용을 줄일 정책이 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며 “정책 과제를 선별해 예산과 정책자원을 실질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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