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언제 와”…맞벌이 초등생 돌봄 공백, 기초단체가 메운다

2019.04.18 21:16 입력 2019.04.18 21:17 수정

서울 노원·중구, 오산·시흥시 등 직영 ‘돌봄센터’ 잇따라 개설

아파트·교회 등 활용 저녁 늦게까지 돌봐…아플 땐 병원 동행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지난 2월 문을 연 ‘아이휴센터 2호점’에서 초등학생들이 방과후 활동을 하고 있다. 노원구 제공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지난 2월 문을 연 ‘아이휴센터 2호점’에서 초등학생들이 방과후 활동을 하고 있다. 노원구 제공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도명씨(37)는 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운다. 첫째가 구립 어린이집에 다닐 때만 해도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었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비상이 걸렸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태권도와 피아노·미술학원까지 모두 돌아도 부부의 퇴근까지 몇 시간이나 남곤 했다. 혼자 집에 남은 아이가 “엄마 언제 와” 하고 수시로 전화하는 통에 오후 시간에는 도무지 업무에 집중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아파트 옆 단지 1층에 노원구가 직영하는 ‘아이휴센터 1호점’이 생기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이제 집에서 150m 거리에 있는 센터에 가서 책을 읽고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센터는 평일 오후 1~9시 문을 여는데, 부모가 일찍 출근하는 경우 센터에서 등교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아이가 아플 때 병원 동행 서비스도 가능하다. 매달 내는 비용은 간식비로 주로 쓰이는 ‘운영위원회비’ 2만원이 전부다. 이씨는 “주변의 맞벌이 엄마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 모두 이 동네에 와서 살고 싶다고 한다”며 “모든 아파트 단지에 이런 곳이 하나씩 생기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는 올해 구비 70억원을 투입해 현재 4곳인 아이휴센터를 19곳으로 늘리고, 2022년까지는 총 36곳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이휴센터는 아이들과 보호자가 오가기 쉬운 아파트 단지와 일반 주택 1층, 교회와 도서관 등에 설치한다. 학교의 ‘초등 돌봄교실’에 아이휴센터의 ‘마을돌봄’을 더해 초등 저학년의 돌봄 공백을 없앤다는 취지다. 초등학교 1~3학년 자녀를 둔 가정의 약 40%가 맞벌이 가구인데, 계획대로 된다면 2022년엔 이들 가정의 아동 약 5000명이 방과후 학교 또는 아이휴센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서울 중구도 관내 초등학교와 함께 ‘모든 아이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안의 유휴교실을 활용하되 운영은 자치구가 직영으로 한다.

지난달 처음 문을 연 서울 흥인초등학교 돌봄교실은 빈 교실 3개를 활용해 돌봄전담사 6명이 평일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69명의 아이들을 맡는다. 중구는 앞으로 교육청, 학교와 지속 협의해 관내 모든 공립초등학교(9곳)에 이 같은 돌봄교실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에서도 아파트 단지에 지자체 직영 돌봄센터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오산시는 금암동 한 아파트 단지에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문을 여는 ‘함께자람센터 1호점’을 운영 중이고, 2021년까지 3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시흥시는 지난달 은행동 아파트 단지에 ‘아이누리 돌봄센터’를 열었고 오는 7월 한 곳 더 개소할 예정이다. 작은도서관, 공공주택의 주민 커뮤니티 공간 등을 활용해 마을활동가와 마을교사, 주민이 직접 아이들을 돌보는 ‘돌봄 나눔터’도 15곳 운영하고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민형배 사회수석실 사회정책비서관 주재로 열린 각 부처별 돌봄서비스 현황 관련 회의에서는 이들 기초단체의 사례가 우수 돌봄 사례로 선정돼 정책을 보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역별 돌봄 사례를 타 지자체에도 확산시키기 위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차우규 한국인구교육학회장은 “지자체가 나서서 ‘육아는 지역사회가 책임진다’는 모토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여성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진 육아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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