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30일 펴낸 저서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가스라이팅 상태’나 ‘동맹중독’으로 비유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 원장은 이날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창비) 출간을 기념해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오랜 시간 불균형한 한미관계를 유지하느라 애쓴 탓에 합리적 판단을 할 힘을 잃었다. 미국과 밀당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더할 수 없는 우리의 자산”이라면서도 “이 관계가 상식적, 실용적, 합리적 판단을 못 하게 할 정도로 ‘신화화’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책에서 “자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태도 앞에서 주권국이라면 응당 취해야 할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이러한 한국의 관성을 일방적인 한미관계에서 초래된 ‘가스라이팅’ 상태”라고 진단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뜻하는 용어다.
정부 차관급 인사가 한·미관계를 데이트폭력 용어인 ‘가스라이팅’에 비유한 것을 놓고는 적절성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이날 이같은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미국이 그렇게 조직적으로 가스라이팅하진 않더라도 할 말을 못한다든지, 호혜적 동맹이라면 안할 말은 있어도 못할 말은 없어야 하는데 못할 말이 많았다. 미국이 압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미국 주도의 대중 포위망 구상으로 알려진 ‘쿼드(Quad)’에 한국의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방향성이) 어디로 갈 지 모르고 내부적으로 이해관계도 있는데 참여할 건 아니다”며 “특히 중국을 겨냥한 군사동맹으로 발전할 경우는 더더욱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전략 경쟁이 2~30년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며 “최악의 상황은 미중 사이가 더 나빠지고 남북이 나빠져서 북중러, 한미일 진영이 나눠지는 것”이라며 “우리가 결국 안보 때문에 미국을 일방적으로 선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책은 한·미관계 150년사, 특히 한·미 군사동맹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사드 배치, 미중 전략경쟁, 남북미 대화 등의 현안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