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난을 증명하라”… 경상남도 ‘서민 자녀교육지원’ 사업 신청 구비서류만 최대 14가지

2015.03.30 22:10 입력 2015.03.30 22:17 수정

대상 모호·절차도 복잡, 상담하다 신청 포기도… 조손가정은 엄두도 못 내

“연간 50만원 받으려고 이렇게 복잡한 서류를” 신청자 수 30%도 안돼

A가정 사례 : 전세 자금을 대출받아 전세로 거주하고 차량을 한 대 소유하고 부인이 자영업을 하는 일용근로자의 경우, 아래와 같이 읍·면·동에 비치된 필수작성 서류 5가지와 신청인이 지참해야 할 서류 9가지 등 모두 14가지를 제출해야 한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고 추진하는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 신청이 극히 저조하다. 신청 마감일을 사흘 앞두고 있지만 지원 대상자 중 26%만 접수를 끝냈다. 학부모들이 홍보 부족으로 지원대상 기준을 잘 모르거나 소위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구비서류가 너무 많고 신청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경남 창원시 주민 ㄱ씨(45)는 30일 오전 성산구 한 주민센터에 신청서와 11가지의 구비서류를 어렵게 준비해 접수를 마쳤다. ㄱ씨는 “지원 대상 기준이 너무 복잡해 내가 대상이 되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일단 접수해 보고 창원시의 결정을 기다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며칠 전부터 틈틈이 접수 준비를 했다. ㄱ씨는 지난 26일 오후 4시30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민원센터를 찾았다. 민원센터는 주민센터에 속하는 기관으로 소소한 민원을 처리해 주는 곳이다. 복지담당자는 ㄱ씨에게 “민원센터에서는 신청을 받지 않고 주민센터에서 받는다”며 안내문 1장을 줬다. 구비서류를 확인하기 위해 2㎞가 떨어져 있는 사파동주민센터로 이동했다.

주민센터 담당자는 먼저 신청서·소득재산신고서·금융정보제공동의서·개인정보수집이용조회제공동의서·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 및 미성년자 법정대리인동의서 등 5가지의 필수 작성 서류를 건넸다. 여기에다 근로소득원천징수서를 시작으로 부채증명원까지 11가지의 추가 증빙서류 중 자신에게 해당하는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다. 특히 건강보험료 납부증명서,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 예금잔액증명서나 통장사본은 꼭 내야 한다. 주민센터 담당자가 구비서류를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 데만 20여분이 걸렸다.

대부분 재산을 증명하는 정보가 많은 서류들이라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담당 공무원은 “증빙서류 미비로 대부분 2~3차례 주민센터를 방문한다”며 “절차가 복잡해서인지 조손가정은 신청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센터의 담당자는 “지원 대상 여부가 애매한 학부모들은 상담하다 신청을 포기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지난 1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도내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월소득이 최저생계비 250% 이하 가정으로 실제 월소득액 4인 가구 기준 418만원 이하이다. 월소득이 최저생계비 150% 이하인 주민은 신청서만 제출하면 되지만 150% 초과~250% 이하 가정은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전체 지원대상 학생 10만여명 가운데 14종의 구비서류를 내야 하는 학생은 2만여명에 이른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법정 수혜대상자는 신청서만 내면 되지만 지원정책을 잘 몰라서, 가족이 흩어져 생활하는 가정은 세대주 부재에 따른 서류미비 등으로 신청을 못하고 있다.

서민 자녀 교육지원 대상자로 확정되면 무상급식 대신 연간 학생 1인당 50만원 정도 교육복지 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시·군의 맞춤형 교육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경남도가 지난 28일까지 집계한 신청건수는 2만6043건이다. 경남도는 지원 대상자를 초·중·고생 1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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