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풍물시장 상인회 갑질 논란의 전말

2015.12.24 22:47

“…결과적으로 감정싸움이 된 것은 맞습니다. 제가 성격이 직선적이라, 지금 오해였다라고 인정하면 걔네들에게 무릎 꿇는 꼴이 되지 않습니까.” 강화풍물시장 상인회 회장의 말이다.

12월 22일 오후, SNS를 들끓게 만들었던 갑질 논란의 당사자다.

시작은 강화풍물시장 2층에서 화덕피자 장사를 하던 청풍상회 측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청풍상회, 재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청년창업 실례로 공중파나 언론보도에도 많이 소개된 꽤 유명한 가게다.

12월 22일, 시장 상인회 갑질 논란이 일어난 강화풍물시장의 청풍상회. /청풍상회 페이스북

12월 22일, 시장 상인회 갑질 논란이 일어난 강화풍물시장의 청풍상회. /청풍상회 페이스북

“시장청년창업, 힘없는 청년들은 결국 빼앗기고 쫓겨나려 합니다.”라는 말로 서두를 연 글의 내용은 창업한 지 2년, 임대재계약을 앞두고 강화군청이 상인회의 추천서를 받아오라는 데서 시작한다.

청풍상회 측의 주장에 따르면 상인회는 ‘괘씸죄’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추천서를 써주는 것을 거부했고, 다음과 같은 단서조항을 달았다.

“1.우선 장사는 12월 31일부로 그만둔다. 2.아침 9시마다 상인회장에게 문안인사를 드린다. 3. 2~3개월 동안 시장 1층 카페에 대기하고 있으며 부르면 언제든지 나와서 시장의 허드렛일을 도맡아한다.”

그렇게 2~3개월 동안 하는 것을 봐서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글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강화풍물시장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누리꾼의 ‘조롱’폭탄을 받았다. 이런 식이다. 강화도 자전거여행 안내 게시 글엔 “문안인사와 허드렛일을 해야 자전거 빌리는 것이 가능하다면서요?.”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일단 저 ‘단서’를 단 사람은 상인회 회장이 아닌 1층에서 가게를 하는 임원이다. 논란 당일 밤, 이 임원(51)과 통화했다.

“기자님, 어떻게 생각하실 지는 몰라도, 그 청풍 애들이 우리 아들들하고 나이가 같습니다. 제 가슴이 너무 아프다. 어떻게 그렇게 자기들 생각해서 이야기해준 것을 그렇게 댓글로 올렸는지….”

그는 “먼저 아셔야 하는 것이 있다”라며 “그 친구들은 시설비를 하나도 들이지 않고 장사한 친구들이며, 상인들이 같은 시장에서 어울리려면 서로 교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전혀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상인들과 어울려야 하지 않나, 아침에 내려와서 차도 한잔 마시고, 서로 부대껴야 (관계가) 좋아지지 않겠냐”고 조언한 것이 ‘갑질’로 둔갑하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이튿날 아침 통화한 상인회 회장의 이야기도 엇비슷했다.

“그 친구들이 피자가게를 운영한 것은 중소기업청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단 사업 돈으로 한 겁니다. 시장에 돈 한 푼 내지 않고 사업했어요. 이게 계약기한이 끝났으니 새로 군청과 대부계약을 해야 합니다. 대부계약에는 절차가 필요해요. 상인회 가입도 해야 하고 회비도 내야하고. 우리 실장님이 하루라도 빨리 장사하려면 서류 절차를 밟아라, 회장님께 자주 인사를 드려라,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상인회 회장은 “인터넷에 올라간 내용은 제3자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시장 상인회를 명예 훼손한 것이기 때문에 고발장을 접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문제일 수는 있겠다.

그런데 애초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임원은 해당 단서조항을 거론했는지 여부에 대한 기자 문의에 대해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취조하는 것 같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청풍상회 김토일 대표는 “같이 즐겁게 장사하기 위해 주변 상인 분들께도 꼬박꼬박 인사를 해왔고, 시장 일에도 최대한 함께 하려고 노력했는데 ‘협조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어 당황스럽다”라며 “호소할 데가 없어 저희 페이스북을 통해 상황을 알린 것인데 여론이 일파만파 퍼져 풍물시장 전체 상인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 제일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감정싸움’이 되어버렸다”는 것은 상인회 측에서도 인정한 부분이다. 지혜로운 수습책을 모색해야 하는 쪽은 상인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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