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면접이나 수능시험, 발표, 운전면허시험 등 긴장하게 될 때 많은 사람들은 진정효과를 기대하며 우황청심원을 복용한다. 그런데 시중에 나와 있는 우황청심원은 종류가 다양할 뿐 아니라 이름도 비슷해 어떤 것을 복용해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우황청심원에는 사향이 들어간다. 하지만 사향은 동물성 약재로 CITES협약이 발효되면서 원료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제약회사는 사향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체물질을 개발했는데 조선무약은 엘-무스콘을, 광동제약에서는 영묘향을 우황청심원에 사향 대신 넣었다. 이때부터 사향함유 우황청심원과 사향대체물질을 함유한 우황청심원이 동시에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했다. 다들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데다 가격 차이가 많게는 10배까지 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어떤 것을 복용해야 할지 선택하기 쉽지 않다.

과연 고가의 사향함유제품을 먹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무조건 원방우황청심원을 먹어야 하는 것일까?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광동제약 우황청심원으로 비교해 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질문, 과연 고가의 사향함유제품을 복용해야 효과가 있는 것일까? 사향, 영묘향함유 원방우황청심원 두 제품을 각각 비교해 보면 나머지 성분은 동일하고 사향과 영묘향만 차이가 난다. 결국 사향과 영묘향의 효능에 어떤 차이가 있느냐의 문제다.

답은 2000년 생약학회지에 발표된 ‘사항함유 우황청심원액과 영묘향함유 우황청심원액의 혈압강하작용 및 적출심장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약리효능비교’라는 논문에서 찾을 수 있다.

실험의 결론은 놀랍게도 “고농도 영묘향함유 및 사향함유 우황청심원액간의 효력비교에 있어 통계학적 유의성은 나타나지 않았다…고농도의 사향함유 우황청심원액은 영묘향함유 우황청심원액과 비교해 각 항목에서 유사한 효력을 보이나…심혈관계에 있어 영묘향함유 우황청심원액은 기존의 처방인 사향함유 우황청심원액보다 우수한 효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라고 나와 있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 등 과도한 교감신경 긴장에 의한 불편함을 없애거나 급격히 발생하는 순환기증상을 막기 위해 복용하는 우황청심원의 효능은 사향제품과 영묘향제품간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사향함량이 적은 경우(사향 5mg)에는 영묘향보다 효과가 나빴다. 따라서 우황청심원을 복용할 때 가성비를 따진다면 영묘향함유 원방우황청심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저함량 사향함유 우황청심원은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사향대체물질인 영묘향이 효과가 있다면 영묘향함유 원방우황청심원과 저가형 영묘향함유 우황청심원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함량을 보면 원방제품에 우황은 31mg, 영묘향은 99mg 더 들어 있고 나머지 성분은 5~8%정도 더 함유돼 있다.

실험결과 혈압조절에는 저함량 영묘향함유 우황청심원이 효과가 있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저농도 영묘향함유 우황청심원은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서 우황청심원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라면 저가형 영묘향함유 우황청심원을 복용하는 것도 괜찮겠지만 긴장성,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복용하는 것이라면 원방우황청심원을 복용해야 한다.

물론 위의 실험은 토끼를 대상으로 한 점, 장기간 약물 투여를 한 점 등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현재 시판돼 있는 우황청심원 제품을 비교 하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결론은 꼭 사향함유 제품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 또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복용할 때는 저가형·저함량 우황청심원보다는 원방우황청심원을 복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헬스경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28t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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