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성도 중요하지만 ‘성격 센’ 애들이 좋은 연주자 자질

2016.04.27 21:28 입력 2016.04.27 21:50 수정
문학수 선임기자

‘피아노 선생’ 김대진…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심사위원 위촉

“나는 실전주의자…제자마다 심리 들여다보며 맞춤형 교습”

김대진(54·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1인 3역의 음악가다. 그는 모차르트 연주에 특히 빼어난 중견 피아니스트다. 또 손열음과 김선욱, 문지영 등을 키워낸, 누가 보더라도 ‘최고의 피아노 선생’으로 불리는 교육자다. 아울러 2008년부터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상임으로 이끌고 있다. 수원시향은 2013년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전곡(6곡)을 연주해 실황음반을, 지난해에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전곡(7곡)을 연주해 최근 음반으로 내놨다. 김대진은 쉬지 않고 교향악단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는 지휘자라고 할 만하다.

수원시립교향악단 제공

수원시립교향악단 제공

한데 최근 만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휘자요? 아, 그건 봉사활동입니다. 책임을 맡았으니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죠. 저한데 가장 중요한 일은 역시 ‘피아노 선생’입니다. 20여년간 한번도 그 생각이 바뀐 적이 없어요.”

‘피아노 선생’ 김대진이 5월2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세계적 권위를 지닌 이 콩쿠르는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부문이 3년마다, 또 작곡 부문은 격년으로 열린다. 그동안 한국 음악가로는 전민재(작곡·2010), 홍혜란(성악·2011), 황수미(성악·2014), 임지영(바이올린·2015) 등이 1등을 차지했다. 김대진은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심사위원을 맡았다. 벨기에로 떠나기 전에 그를 만난 까닭은, 피아노를 공부하는 숱한 이들에게 유용한 ‘도움말’을 기대해서다. 마침 국내 최고의 전통을 지닌 ‘이화경향콩쿠르’가 끝난 직후였다.

“제자를 받아들일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요? 역시 음악성이죠. 그것이 속에 꼭꼭 숨어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그걸 찾아내 빛나게 만드는 게 선생이 할 일이죠. 사실 음악적 표현이라는 것은 굉장히 원초적이잖아요. 배워서 된다거나, 연출로 가능한 일이 아니거든요. 처음엔 좀 다듬어져 있지 않더라도 음악성을 지닌 아이들, 그런 친구들이 길게 가고 궁극적으로 좋은 연주자가 돼요. 그 반대의 경우들, 예컨대 어린 시절에 이미 다듬어진 연주를 유창하게 선보이는 아이들도 있어요. 하지만 더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찾아내지 못하는 거죠.”

음악성도 중요하지만 ‘성격 센’ 애들이 좋은 연주자 자질

그는 자신을 “실전을 가르치는 교사”라고 설명하며 “많은 학생을 가르치기보다 한 학생을 오래 가르치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단기적인 마스터 클래스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가 가르친 제자는 많다. 20여년간 한예종 교수로 재임하면서 가르친 제자들이 줄잡아 1000명이다.

“제가 피아노를 배우던 시절에는 지식과 정보가 중요했어요. 지금은 정보가 넘치죠. 제가 가르치는 것은 무대에서 실제로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가죠. 축구선수가 연습 때 골을 잘 넣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실제 시합에서 넣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한 아이를 붙잡고 긴 시간, 그 아이의 심리적 내면까지 들여다보면서 가르치려고 해요. 제 클래스에는 어떤 정형적인 스타일이 없습니다. 아이들마다 다 다르니까. 긴장 잘하는 아이, 무대에 올라가면 급해지는 아이, 온순한 아이, 반항적인 아이…, 피아노 선생의 역할이 완전히 ‘인간 탐구’라니까요. 그렇게 제자 한 명마다 다 다르게, 말하자면 일종의 ‘맞춤’으로 가르치려고 하죠.”

그는 연주자가 될 자질 중에는 “성격적 측면도 있다”고, “남과 소통하려는 욕망이 강해야 한다”고도 했다. “가령 시 한 편을 읽고 자기가 감동을 받았으면, 그 시를 남한테도 들려주고 싶어서 안달인 아이들 있잖아요? 혼자 만족하는 아이보다는 그런 아이가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있죠. 이런 아이들은 얌전하지 않고, 성격적으로 굉장히 세요. 겉으로 얌전하더라도 속에는 그 ‘센 것’이 있어요.”

그렇게 ‘센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호랑이’가 되는 건 필연이라고 했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연주는 무의식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연주자들은 거의 무의식으로 연주해요. 의식은 무의식을 보완할 뿐이죠. 그래서 선생 입장에서는 아주 강하게, 아이가 뼈저리게 느끼도록 야단쳐야 할 때가 있어요. 생각해 보세요. 깜짝 놀랐을 때 ‘엄마’하고 소리치는 아이를 ‘아빠’로 소리치게 바꾸는 게 어디 쉽나요. 한데 그렇게 안하면 무대에서 달라지지 않아요. 호랑이가 될 수밖에 없죠.”

지금은 스타가 된 제자들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손열음에 대해서는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즉흥성을 지닌 연주자, 같은 곡을 연주해도 다양한 느낌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김선욱에 대해선 “소통의 욕망이 누구보다 강한 제자”라며 “무대 조명을 받으면 희열을 느끼는 친구”라고 평했다. 지난해 부조니 콩쿠르에서 아시아인으로 처음 1위를 차지한 문지영은 “말수가 없는 제자”다. 하지만 “피아노 앞에서는 청산유수가 되는, 사람보다 피아노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라고 말했다. 그가 심사를 맡은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는 318명의 지원자들 중 23개국 82명의 진출자가 결정됐다. 그중 한국인은 2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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