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운영 국가건강정보포털에 ‘아름다운 여성 가슴 조건’ 논란

2016.08.04 14:13 입력 2016.08.04 14:58 수정

국민들에게 양질의 건강·의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국가건강정보포털(health.mw.go.kr)에 ‘여성의 아름다운 가슴의 조건’을 나열한 문서가 실려 있는 것이 확인돼 여성의 신체를 성적으로 대상화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논란이 되자 이 문서를 삭제하고 국가건강정보포털에 올라온 다른 정보에도 문제가 있는지 검토에 나섰다.

4일 보건복지부가 운영을 총괄하고 대한의학회가 콘텐츠 관리를 맡은 ‘국가건강정보포털’ 홈페이지의 건강/질병 정보를 확인한 결과 유방성형술에 대해 안내하면서 ‘아름다운 가슴이란’이라는 제목으로 여성의 가슴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수치를 들어 나열한 문서가 2010년 작성돼 현재까지 공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가 작성 및 감수를 맡았고 2013년 최종 업데이트된 것으로 되어 있는 이 문서에는 “가슴은 여성들의 신체 중에서 관심을 가지고 소중히 여기는 한 부위로 … 남편에게는 애정을 나눠주는 곳” “여성으로서의 의미와 자존심이 표현되는 곳”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국가건강정보포털 캡쳐

국가건강정보포털 캡쳐

“현대인의 기준에서 볼 때 아름다운 가슴은 적당히 풍만하고 탄력이 있어야 하며 원추형이어야 한다”며 수치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기도 했다. ‘한쪽에 250㏄ 정도의 크기’ ‘쇄골의 중심과 유두 간의 거리는 18~20㎝’ ‘양쪽 유두 사이의 거리는 18~22㎝’ ‘유륜의 직경은 4㎝를 넘지 않아야 하며 색깔은 연한 적색이 보기 좋다’ 등이 이 문서에 적시된 기준이다. 이상적인 가슴 모양을 나타낸 그림까지 적시돼 있다.

국가건강정보포털 캡쳐

국가건강정보포털 캡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국가가 여성의 신체를 성적대상화하고 획일화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국민 건강 향상 및 삶의 질 향상과 아름다운 가슴의 기준이 대체 무슨 관계인가”라며 “아름다운 몸의 기준을 질병정보포털에 게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가슴의 모양에 이상적인 것이 있다고 상정해버리니 유방암 환자들이 상실감을 느끼는 것 아니겠냐”라고 지적했다.

피임법이 ‘여성’ 항목으로 분류돼 있는 것도 피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는 성차별적인 고정관념을 반영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건강정보포털에는 여성이 사용하는 경구피임제나 자궁내장치 등의 피임법 등 여성 피임법 외에도 남성용 콘돔, 남성불임시술 등 남성에게 적용하는 피임법까지 ‘여성’ 항목에 분류돼 있다. 반면 ‘남성’ 항목에는 피임법에 대한 문서를 찾아볼 수 없다.

복지부는 여성 가슴 관련 문서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문서를 검토한 뒤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4일 오후 대한의학회와 상의해 삭제했다. 아울러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 운영되는 1300여종의 건강 관련 정보들에 부적절한 부분이 또 있는지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정보는 전문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대한의학회와 소속 학회가 콘텐츠를 만들고 자체 검토를 한다”며 “전반적인 재심의를 통해 오래된 정보들을 업데이트하고 적절하지 않은 내용을 삭제하거나 수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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