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돕는’ 천사무료급식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

2016.09.24 14:22 입력 2016.09.25 07:51 수정

면접후기 카페에 올렸다고 고발…결산서류 의무공시도 안해



서울 광화문에서 거리후원회원 모집활동을 하고 있는 전국자원봉사연맹 산하 천사무료급식소/ 정용인 기자

서울 광화문에서 거리후원회원 모집활동을 하고 있는 전국자원봉사연맹 산하 천사무료급식소/ 정용인 기자

“설문조사 하고 가시지 않겠습니까.” 약 한 달 전인 8월 중순, 기자가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받은 권유다. 천사무료급식소. 서명부스에는 ‘사랑의 밥 한끼 나눠요’라는 플래카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설문조사 문항은 이런 식이다. ‘1. 한 해 동안 70세 이상 독거노인 수백명이 구석진 방에서 끼니를 굶은 채 홀로 외롭게 고독사로 운명을 달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ㄱ) 알고 있다 (ㄴ) 모르고 있다.’ 총 4개 항목으로 이뤄진 설문은 다음과 같은 천사무료급식소에 대한 소개로 이어진다. “천사무료급식소는 정부의 지원이 일절 없이 개인의 호주머니를 털어 시민이 스스로 운영하는 독거노인께 꼭 필요한 무료급식소입니다.” 설문조사부터 시작해 ‘정기후원 신청서’ 작성으로 넘어간다. 월 후원금액은 2만원, 3만원, 5만원, 10만원 중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이 단체는 어떤 단체일까. 소개부스에는 ‘전국자원봉사연맹 산하 천사무료급식소’라고 되어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해당 단체의 홈페이지 이외에 의외로 ‘정보’가 없다. 대신 천사무료급식소 활동에 대해 의구심을 표한 글에 대해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삭제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는 식의 ‘흔적’만 남아있다.

“8월 19일 제 게시글에 대한 블라인드 요청과 동시에 저를 고발했더군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였습니다.” 대구에 거주하는 이모씨(41)의 말이다. 그는 네이버의 인·적성 면접후기 공유 카페인 ‘독취사’에 천사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전국자원봉사연맹(이하 ‘자원봉사연맹’) 면접후기를 전날 올렸다가 검찰 고발을 당해 9월 23일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자원봉사연맹 측은 그가 글을 올린 다음날 포털 측에 블라인드 요청을 했다. “NGO단체인데, 월급을 320만원이나 준다고 하니 참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면접후기도 전혀 없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제가 올린 글에 블라인드 조치를 취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올린 글도 삭제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씨의 말이다. 이씨는 캡처해둔 자신이 올린 글 내용을 제보해 왔다. 제목은 ‘[자원봉사연맹] 면접후기입니다’이다. “…주된 일은 길거리 후원자 모집인 것 같습니다. 일 시작 전 휴대폰 반납, 퇴근 시 돌려준다는 말이 좀 황당했고요. 점심시간은 30분, 오후 휴식시간 15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서서 후원자 모집한다고 하더군요. (중략) 직원분들 하는 일은 힘들지만 그만큼 돈을 주니까 돈 보고 일하거나 아니면 하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글쎄요. NGO단체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씨의 글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왜 전국자원봉사연맹에서 구인광고를 자주 올리는지 지원하시는 분들 한 번 고민하시고 지원하세요.”

다시 경찰 조사를 받은 이씨의 말이다. “처음 글이 블라인드 되고 난 다음에 ‘내가 올린 글이 삭제되었다’는 글을 남겼는데, 그 글 맨 아래 ‘상시 모니터링하는 게 아닐까요’고 적었는데 그것도 명예훼손이라고 하더군요.” 이씨의 주장은 사실일까. 이씨가 근거 없이 주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를 현장에 데리고 가는 단체 직원과의 대화내용에 대한 휴대폰 녹취를 남겼다. 기자가 확인해보니 동행한 선임자의 말에서 이씨의 주장은 대부분 확인된다. 예컨대 ‘휴대폰 반납’과 관련해서 이 선임직원은 이런 말을 한다. “…(윗분들이) 어제 오늘 많이 날카로우시거든요. 직원들이 왜 정해진 규칙대로 안 하고, 그래서 당분간은 지켜야 할 것 같아요. 핸드폰을 하도 만져서. (일을) 마칠 때 팀장에게 받으면 됩니다.”

인터넷에서 찾기 힘든 단체 ‘정보’

‘구인광고를 자주한다’는 이씨의 말도 확인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전국자원봉사연맹을 조회하면 최근 3년간 819회의 채용을 진행했고, 그 중 정규직 채용은 816건에 달한다는 채용 히스토리가 적혀 있다. 그런데 잡코리아에 나오는 단체는 자원봉사연맹만이 아니다. ‘천사나눔장학재단’이라는 회사도 나온다. 직원수나 연혁 역시 동일하다. 2015년 설립된 회사이니 만 1년 된 회사인데, 채용경력은 벌써 46회다. (기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다시 확인해보니 몇 시간 사이에 채용 히스토리는 각각 16회, 8회로 수정되어 있었다)

길거리 모금을 하는 비영리단체의 운영 투명성이나 공신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의 가이드스타처럼 국내의 비영리단체 정보와 활동내용, 실적을 집약해 보여주는 한국가이드스타 홈페이지가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전국자원봉사연맹이나 천사급식소를 검색해봐도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한국가이드스타 관계자는 “가이드스타는 국세청에 등록한 개별단체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공익단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어느 쪽이든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시스템에서 자원봉사연맹이나 천사무료급식소를 검색하면 공익법인 결산공시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두 이름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지정기부금단체다. 자원봉사연맹이 등록한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를 보면 이 단체의 기부금단체 지정일은 2013년 7월 25일이다. 2015년의 경우 이 단체는 53억9000만원의 수입을 올렸고, 57억4000여만원을 지출했다. 공익법인과 관련한 한국의 관련법은 5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했거나 전년도 사업이 3억원 이상 지출되었을 경우 공익결산서류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등록을 안 했을 경우 국세청은 가산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2015년 수입이 53억원이면 등록기준은 가뿐이 넘는다. 국내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23억6700만원)의 2배에 가까운 수입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자원봉사연맹의 이 수입이 모두 거리모금으로 모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단체의 홈페이지를 보면 기업이나 다른 단체로부터 후원금 및 물품을 기증받는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결산서류를 살펴보다 보면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독거노인 돕기 등에서 지역이 명시된 활동의 상당 부분이 대구광역시와 인근에서 이뤄지는 활동이다. 한 달 전, 기자가 후원 권유를 받았을 때 설명받지 못한 대목이다.

“저희 단체가 이곳(대구)에서 20년 넘게 활동한 단체입니다. 여기 소장이 그런 단체를 모르는 것을 보면….” 대구지역 자원봉사단체 핵심관계자의 말이다. 의외로 지역사회에서도 자원봉사연맹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물어물어 ‘천사무료급식소’에 대해 들어봤다는 자원봉사단체 관계자를 찾았다. “…흔히 이야기하는 시민단체라고 보기는 힘든 곳이긴 하죠.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데, 자체적으로 후원자를 개발하고 정기후원을 받아 크게 하고 있기는 합니다. 정의 내리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비영리 민간단체라고 할 수 있기는 한데….” 단체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대구시 서구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이 단체에 대해 전국에서 문의가 자주 들어온다”며 “서구자원봉사센터에서 직접 관리하지 않고, 따로 공식적으로 교류하는 것도 없어 자세한 단체 사정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

단체의 안천웅 이사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1992년부터 자원봉사활동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지만, 1990년대의 활동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서는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 1992년 출범한 단체는 ‘달구벌자원봉사단’이라는 이름이었고, 이 단체가 전국자원봉사연맹으로 이름을 바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사무료급식소’도 ‘천사의 집’ 등의 이름에서 여러 차례 이름을 변경해 왔다. “업무가 주5일이 아니고 6일이며, 하루 11시간 근무이니 열악한 것도 맞다. 열정을 가지고 오래한 분도 많지만, 대부분 오래 못한다.” 9월 22일, 기자와 통화한 안 이사장의 말이다. ‘근무자 휴대폰 반납’과 관련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 하루 종일 업무시간에 휴대폰을 만지고 해서, 효율이 필요하다고 하니 전직원들이 모여 서로 근무기강이 해이해지니 대책은 없는가 상의한 끝에 결정한 것이다. 다 반납하는 건 아니고 그 중에 자기가 책임지고 (휴대폰을) 쓰는 사람도 있다.” 요컨대 위에서 지시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인터뷰 참조) 그는 “거리 모금하는 다른 단체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사실일까.

이모씨가 올린 전국자원봉사연맹 면접후기. 전국자원봉사연맹 측은 포털 측에 요청해 블라인드 조치를 취하는 한편,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이씨를 고발했다.

이모씨가 올린 전국자원봉사연맹 면접후기. 전국자원봉사연맹 측은 포털 측에 요청해 블라인드 조치를 취하는 한편,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이씨를 고발했다.

지역단체들도 잘 모르는 ‘자원봉사단체’

“거리모금에도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룰이 있다. 천사무료급식소는 그 룰을 전혀 지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거리 모금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무슨 말일까. “예를 들어 거리모금활동 단체들끼리 자리 문제로 조율을 하려고 하면, 상부 지시라며 기존 어느 단체가 와 있건 자기들이 그 자리에서 해야 한다고 밀어붙인다.” 거리에서 자리 문제로 언성을 높이고, 드러눕는 등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대부분 천사무료급식소 쪽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사실 천사무료급식소가 거리모금을 대표하는 단체가 아니다. 오히려 예외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앞서와 같은 자리 문제로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다른 단체들은 피한다. 단체의 브랜드나 가치를 훼손하는 일로 보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점은 천사무료급식소가 거리모금을 하는 NGO단체 전체를 대표하는양 인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9월 23일, 기자는 한 달 만에 다시 천사무료급식소 광화문 거리모금 현장을 방문했다. 안천웅 이사장을 비롯해 이 단체의 주요 간부들과 통화한 다음날이다.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설문조사 참여를 권하지 않았다. “거리에 나와 어떤 활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3명 모두 자원봉사자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며 입을 다물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자원봉사자이기 때문에 급여나 수당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천사급식소 부스에 놓여진 설문지와 후원회원 용지를 찍자 이들은 휴대폰 사진 삭제를 요구했다. ‘경쟁단체들이 활동 노하우를 훔쳐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늦게 국세청 법인세 납세국 관계자로부터 회신이 왔다. “확인해보니 해당 단체가 결산의무공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30일 이내에 공시하지 않으면 가산세가 부과될 예정이라고 통보한 뒤, 이행 여부를 체크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안천웅 전국자원봉사연맹 이사장 전화인터뷰


독거노인 돕는’ 천사무료급식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

“봉사나 비영리도 하나의 사업체”

왜 면접후기를 올린 분을 검찰에 고소했나.

“봉사나 비영리 사업장도 일종의 사업체다. 여기서는 사람을 채용해 일할 수밖에 없다. 사업장마다 여러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냐.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하다 보면 일이 힘들어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 그분은 음해성 글을 올리고 내리지 않았다. 물론 그분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우리로서는 선행봉사단체이고 좋은 이미지를 남겨야 하는데, 그분은 본인의 취업을 원했는데 생각과 다르니 글을 올린 것이 아닌가. 우리로서는 업무적인 피해, 방해가 된다. 설득해도 안 되는데, 법적 대처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휴대폰을 거둬가는 건 어떻게 된 일인가.

“시킨 것이 아니다. 나태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고, 단지 근무시간에 그런 것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효율을 위해서 단체가 자꾸 기울어 가는데…. 휴대폰을 팀장이 거둬 퇴근할 때 돌려준다는 것은 자신들이 논의해 스스로 결정한 일이다.”

단체활동이 기울어간다고 했는데, 국세청 등록 지정기부금단체 서류를 보면 2014년에 비해 2015년에 비해 2배 이상 수입이 늘었다.

“현재 전국에 급식소가 26개 있는데, 10월 중에 부천과 계약하고 서울은 11월부터 구별 급식소를 신설할 계획이다. 직영급식소 하나를 만드는 데 4억~5억원 정도 든다.”

지난해 수입이 약 54억원인데, 가능한 계획인가.

“하루 하고, 그 다음날 바로 신설한다는 것이 아니다. 보통 하나를 만들려면 3~4개월 걸린다. 수익이 생기면 점차적으로 확산하려고 한다. 활동이 대구 인근에 집중되어 있다는 지적이 사실 맞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균등하게 해서 무료급식 사업장도 늘리고, 분배가 더 잘 되도록 하게 할 생각이다.”

자산이 5억원이고, 전년도 수입이 3억원 이상이면 결산서류를 의무공시하게 되어 있는데, 하지 않았다. 그러니 낸 돈이 제대로 쓰이는 지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은가.

“봉사만 알지 법은 잘 모른다. 혹시 미비한 것이 있으면 고치도록 하겠다. 우리는 좋은 일을 하는 선행기관이다. 조금만 잘못해도 남들이 억수로 나쁘게 본다. 봉사사업도 힘들다. 어르신들 밥 한 끼라도 따뜻하게 대접해드릴 수 있게 자원봉사하는 것인데, 우리 활동에 대해 자꾸 나쁜 쪽으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한다.”

이사장님에 대해 지역에서도 잘 모른다는 말을 한다. 과거 인터뷰를 보면 사업을 하셨다고 했는데.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여러 사업을 했다. 신발사업도 했고 뒤늦게 목사 안수도 받았다. 저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될 것 아닌가. 기자님도 전화로만 말하지 말고, 대구에 오면 자세히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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