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청년연합, 백남기 자녀들 '살인혐의'로 고발...유족 "사람의 길 포기말라"

2016.10.06 10:57 입력 2016.10.06 11:45 수정

·유족 “부디 ‘사람의 길’을 포기하지 말아달라” 호소

일부 극우성향 단체가 고 백남기씨 자녀들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이 같은 ‘유족 혐오’가 심각한 수준으로 퍼지자 백씨 유족 측은 고인과 유족을 향한 비방성 게시물과 댓글 작성자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이 되신 백남기 어르신과 그 유족들을 모욕하고 음해하는 내용의 게시물이나 댓글이 온라인 게시판을 비롯한 SNS에서 거리낌없이 사용되고 유통되고 있다”며 “그 모욕과 음해는 남편이자 아버지를 잃어 힘들어하는 유족들에게도 이어지고 있어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투쟁본부는 “법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치할 것”이라며 “고인과 유족을 모독하고 음해하는 모든 온·오프라인의 자료들을 캡처하고, 녹음하고, 녹화하는 등 법정에서 쓰일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서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게시판에는 전날 ‘개돼지보다 못한 인면수심 백민주화의 발리 행각’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백씨 사망 직전에 백씨 둘째딸인 민주화씨가 발리에 다녀온 것에 대해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백씨 자녀들을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거나, 백씨와 자녀들이 껍데기뿐인 관계라는 글도 있었다.

백씨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 의대 교수가 “뇌출혈 후 유족이 연명치료를 원치 않아 최선의 진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셔서 병사로 기재했다”고 주장하자, 일베 등에서 활동하는 누리꾼들은 “유족들이 불효자”라는 말을 퍼트리기도 했다.

백 교수 언급을 근거로 자유청년연합 장기정 대표는 전날 백씨의 자녀 민주화, 도라지, 두산씨를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가족의 적극적 치료 거부의사를 담당 의사가 받아들여 적극적 치료를 하지 못하고 소극적 연명 치료만 시행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부친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자녀들의 당연한 의무를 해태한 것으로 이는 윤리적 차원에서는 반인륜적인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백씨가 숨진 이유는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가 아니라 빨간색 우의를 입고 현장에 있던 정체불명 남성의 타격 때문이라는 이른바 ‘빨간 우의’ 음모론도 고개를 내밀면서 투쟁본부와 유족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투쟁본부가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된 데에는 일반인뿐 아니라 정치인과 유명인사까지 고인과 유족 혐오에 가세하고 있어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씨 사망 당시) 백씨 딸은 어디에 있었을까?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중이었다”, “이 딸은 아버지가 사망한 날 발리에 있으면서 페북에 ‘오늘 밤 촛불을 들어주세요. 아버지를 지켜주세요’라고 썼다”,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는데 머리와 얼굴에 두 군데 이상 중상을 입었다는 것도 쉽게 이해가 안 간다”고 올렸다.

보수 성향의 웹툰 작가 윤서인씨도 10월4일자 자유경제원 한컷만화 코너에 유족을 조롱하는 듯한 만화를 그렸다. “아버지는 중환자실 침대에, 나는 휴양지 리조트 썬베드에”라는 문구가 쓰인 이 만화엔 백씨가 위독한 상황에 처해 있는 모습과 민주화씨로 보이는 여성이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고 페이스북에 정부 비판적인 멘트를 올리는 모습이 대조돼 있다.

민주화씨의 언니 도라지씨는 6일 페이스북에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는 우리 가족들을 모욕하는 일은 그만두기 바란다”며 “저희들은 이미 충분히 아프고 슬프다. 부디 ‘사람의 길’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적었다.

백민주화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시국선언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백민주화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시국선언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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