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자’ 중국 두들기며 힘 겨루는 북·미

2017.05.04 22:05 입력 2017.05.04 22:09 수정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직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그는 대북 압박이 “전략의 20~25% 수준에 있다”며 추가 대북 제재와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예고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직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그는 대북 압박이 “전략의 20~25% 수준에 있다”며 추가 대북 제재와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예고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북한이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압박 기조에 맞춰 북한에 핵포기 압력을 넣고 있는 중국에 대해 이례적으로 거친 표현을 동원해 비난했다. 같은 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의 대북정책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임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동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군사적 충돌 위기를 벗어난 미국과 북한이 대화 모색을 위한 전 단계에서 중재자인 중국에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전달하며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철’이라는 개인 명의로 게재한 ‘조·중(북·중)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중국이 ‘조·중관계의 붉은 선(레드라인)’을 난폭하게 짓밟으며 넘어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논평은 “우리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경제 제재는 물론 군사적 개입도 불사하겠다는 것은 적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존엄과 생존권을 희생하라는 오만한 대국주의적 논리”라며 “조·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보유가 자신들의 이익에 위협이 된다는 중국의 입장에 대해 ‘미국의 장단에 놀아대는 비열한 행위’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날 논평은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에는 나가지 않겠다는 북한의 뜻을 강하게 나타낸 것이다. 앞서 김인룡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도 지난달 28일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미 핵폐기를 논의하는 어떤 형태의 협상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미국이 먼저 적대적인 정책을 철회하면 모든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틸러슨 장관은 이날 비핵화를 논의하지 않는 대화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틸러슨 장관은 국무부 청사에서 직원들에게 연설하면서 “적절한 조건이 주어진다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목적은 북한 정권교체나 공격이 아니다”라며 북한의 안전과 번영은 오로지 비핵화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전략의 20~25% 수준에 있다”고 말해 대북 압박 수단이 아직 많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또 “북한에 협조하는 기업과 개인을 방치할 경우 ‘제3국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중국을 재차 압박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와 ‘관계 정상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대화 재개의 핵심적 접점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및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 동시 추진)을 내세우고 있는 중국이 어떻게 양측의 입장을 절충해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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