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혐의 벗어난 중학교 교사는 왜 목숨을 끊었나? 진실공방

2017.08.16 18:01 입력 2017.08.16 21:37 수정

지난 5일 오후 2시30분 ‘성희롱’ 의혹을 받았던 전북 부안 ㄱ중학교 송경진 교사(56)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유서에서 “가족들과 모두에게 미안하고, 모두 내가 안고 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경찰은 지난 4월19일 학교측으로부터 송 교사의 성추행 의심 신고접수를 받고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피해를 봤다는 학생들이 조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일주일 뒤 내사종결처리했다.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벗은 송 교사는 지난달 초 전북도 학생인권센터로부터 “학생들에게 체벌과 신체접촉을 통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받았다. 그는 전북도교육청 감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유족들은 이 학교 학생부장과 학생인권센터 관계자들을 상대로 내주 초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유족들의 법정대리인인 유길종 변호사는 16일 “피해를 주장한 학생들이 이 학교 학생부장의 지시에 의해 과장된 진술을 한 것을 시인하고 번복했다는게 유족들 설명”이라며 “성추행 혐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될 경우 30년간 성실하게 교단을 지킨 한 가정의 가장을 사지로 내 몰았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숨진 송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던 피해 학생들이 송교사를  학교에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며 쓴 탄원서./유족 제공

숨진 송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던 피해 학생들이 송교사를 학교에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며 쓴 탄원서./유족 제공

고인의 부인도 이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들이 학생부장 요구에 의해 사실과 다르게 진술서를 썼다는 탄원서와 녹취록까지 확보돼 있다”면서 “남편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달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인권센터의 발표에 정작 피해 학생들은 다른 의견을 내며 탄원서를 썼다”며 “진술을 강요당했다고 시인한 학생들의 탄원서가 무의미한 상황에서 남편은 절망감을 느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족들이 경향신문에 공개한 녹취록에는 “성추행이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기분 나쁜 적은 있었어도 수치심을 느낀 적은 없었다. 학생부장이 시키는대로 썼다”는 피해학생들의 말이 들어 있다.

앞서 지난 4월말 학생과 학부모 등 25명은 전북도교육청에 송교사의 오해를 풀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 학생은 “다리 떨면 복 떨어진다고 무릎 친 것을 주물렀다고 적었다”고 밝혔다. 특히 성추행 논란을 처음 제기한 학생은 “어깨를 토닥토닥했는데, 주물렀다는 표현을 해서 선생님께 정말 죄송할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숨진 송 교사가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인격살인을 당한 것처럼 몰고 있는데 전혀 잘못이 없다고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학교에서는 성추행 혐의가 있을 경우 교육청에는 보고를, 경찰에는 신고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북 학생인권센터 관계자는 “유족들과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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