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의 호소 “‘골든아워’에 치료받는 나라에 살려고 귀순했을 것”

2017.11.22 13:17 입력 2017.11.22 16:46 수정

·‘귀순 북한군’ 상태 브리핑 앞서 심경 밝혀
·중증외상센터 의료인·병상 부족 현실 토로
·환자 상태 공표 등 ‘인격침해’ 논란도 언급

22일 아주대병원에서 이국종 교수가 귀순 북한군 상태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아주대병원에서 이국종 교수가 귀순 북한군 상태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 북한군 치료를 맡은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 이국종 교수가 22일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면서 치료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과 언론보도 등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이 교수는 “귀순 북한군은 ‘골든아워’ 이내에 치료가 이뤄지는 나라에서 살려고 넘어왔을 것”이라며 의료인·병상 부족에 시달리는 중증외상센터 현실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날 아주대병원에서 한 브리핑에서 “환자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하는데, 의사나 병원이 경험이 많이 없다보니 국가적으로 주목받는 일을 하다보면 불협화음이 커지는 것 같다”며 “외부에서 나쁜 문제가 제기됐을 때 작은 시골병원으로서는 견딜 힘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소위 ‘빅(big)5’ 병원들은 웬만큼 견딜 힘이 있지만 우리는 그럴 힘이 없다”면서 “오늘 환자(귀순 북한군)에 대한 얘기를 자세하게 말씀 못 드리는 것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 교수가 말한 ‘나쁜 문제’는 귀순 북한군 몸 속 기생충 때문에 치료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을 언론에 공표한 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인격 테러’ 주장을 하면서 불거진 논란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는 사람 몸을 갈라내고 장기를 뜯어내고 혈관을 발라내는 사람으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전문화된 일에 특화된 사람들”이라며 “말이 말을 낳는 복잡한 상황을 좇아갈 힘이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료인·병상 부족 등 중증외상센터(응급의료센터의 상위개념으로 교통사고ㆍ추락ㆍ총상 등으로 치명적인 외상을 입은 응급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센터)가 처한 열악한 현실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번에 귀순한 북한 병사가 죽음을 무릅쓰고 빗발치는 총알을 맞아가면서 온 이유는 한국의 긍정적인 모습을 기대하고 왔지, 중증외상환자가 갈 곳이 없어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려고온 것은 아닐 것”이라며 귀순 북한군이 총상을 입은 뒤 수술실까지 들어가는 데 1시간 가량이 걸린 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 넘어온 군인이 기대한 한국의 삶은 자신이 어디에서든 일하다 위험한 일을 당해 다쳤을 때, 30분 내로 헬기든, 앰뷸런스든 (이송이 돼) 중증외상센터에서 진료를 받고 적어도 1시간 이내로, ‘골든아워’ 이내에 수술적 치료가 이뤄지는 나라에서 살려고 넘어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엔사령부가 22일 공개한 북한군 귀순 당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CCTV 화면. 귀순 북한군이 차량에서 내려 황급하게 군사분계선 남측을 향하는 모습.

유엔사령부가 22일 공개한 북한군 귀순 당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CCTV 화면. 귀순 북한군이 차량에서 내려 황급하게 군사분계선 남측을 향하는 모습.

또 “국민혈세를 투입한 중증외상센터가 제기능을 못하는 데 대해 창피할 때가 많다”면서 “전공의들을 폭행하고 때리는 의사라고들 하는데, (중증외상센터엔) 전공의가 있어야 때릴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중증외상센터에 의료인 확충이 안되는 현실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하루하루는 때울 수 있을지 몰라도, 중증외상센터는 대한민국에서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인격 테러’ 주장을 의식한 듯한 해명도 했다. 이 교수는 “환자 인권침해 말씀하시는 분들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라며 “하지만 환자 인권침해를 얘기하기 전에 인권없이 일하는 의료인들이 있다. 영미권에 비해 3분의 1밖에 (의사를) 고용 안한다. 웬만한 중진국만 가도 환자와 의료진 (비율이) 1:1을 넘어가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현실을 진정성 있게 어프로치(접근)하지 않고, ‘환자 깼나요’ ‘무슨 얘기하나요’ 이런 데 에너지 쓰는 것보다는 사회가 바로 갈 수 있게 도와달라”며 “한 발이라도 바른 방향으로 끌고가지 않으면, 그 꼴을 보자고 북한군 병사가 목숨 걸고 탈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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