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차 ‘광화문 집회’ 원천봉쇄…화쟁위 “평화 시위 중재”

2015.11.24 22:28 입력 2015.11.24 22:41 수정

“반정부 구호·폭력 시위 예상” 금지 이유 논란

집회금지 조항, 정부 정책 비판 입막음에 악용

경찰이 내달 5일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 대해 “반정부 폭력시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며 장소를 불문하고 모든 집회를 사실상 불허할 방침임을 밝혔다. 지난 14일 열린 1차 민중대회의 폭력성으로 미뤄볼 때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해 집회·시위법(집시법)이 정한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매우 특별한 경우에만 적용해야 할 집회금지 조항을 정부정책을 비판하거나 민주노총 등이 주최하는 집회를 원천 봉쇄하는 데 악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집회 장소의 문제가 아니다. 1차 민중대회와 똑같이 ‘투쟁하자’ ‘세상을 뒤엎자’ ‘타도하자’고 하거나 ‘시위용품을 준비해 오라’고 하면 당연히 불법 폭력이 예견되기 때문에 금지 통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1차 민중대회 때처럼 홍보 포스터에 ‘모이자, 광화문으로! 가자, 청와대로!’라고 적는 것만으로도 집회를 금지할 근거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집시법 5조는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할 때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지된 집회·시위를 주최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단순 참가자는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은 불허된 2차 민중대회를 강행할 경우 “불법행위자를 현장에서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1차 민중대회 때 광화문광장으로의 행진을 불허하자 일부가 주동해 발생한 물리적 충돌 때문에 여기에 참가한 53개 노동·농민·시민단체가 신청한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경찰이 불허한 집회는 단 1건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작년에는 6건의 집회가 금지됐다”며 “이 중 5건은 철도노조가 총파업 집회를 하면서 2만4000여명이 태평로 일대를 불법 점거해 이후 민주노총이 신청한 집회를 모두 불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체포영장이 발부돼 조계사에서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차 민중대회의 평화적 진행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평화 시위 문화의 전환점이 되도록 집회 주최 측과 경찰, 정부가 참여하는 대화의 장이 조속하게 마련되도록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신명 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차 민중대회에 앞서 제안했던 대로 준법시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 광화문 광장을 내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의 강경 모드를 의식한 듯 사견을 전제로 “준법이 담보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유보적인 답변을 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조병옥 대변인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한상균 위원장이 화쟁위원회를 통해 평화시위에 대한 의지를 밝혔는데도 ‘폭력시위가 우려된다’고 하는 경찰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1차 민중대회 때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씨(68)는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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