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 가서도 아이들 선생을…” 스스로 목숨 끊은 교감 선생님

2014.04.18 21:33 입력 2014.04.18 23:57 수정
진도 | 권순재·안산 | 천영준 기자

“침몰 지역에 뿌려달라” 유서

교사들 “책임감 강하셨던 분”

학생·학부모들 또다시 충격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구조된 단원고 교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남 진도경찰서는 18일 오후 4시5분쯤 단원고 교감 강모씨(52)가 진도실내체육관 뒤 야산 나무에 자신의 허리띠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진도실내체육관은 단원고 학생들의 가족들을 포함해 실종자 가족들의 대책본부가 마련돼 있는 곳이다.

강 교감은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의 인솔을 책임진 단장이었다. 침몰하던 배에서 어렵게 구조됐던 강 교감은 많은 제자들이 실종되거나 주검으로 돌아오자 크게 괴로워했다고 교사들이 전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자”는 부인의 권유도 뿌리치고 진도에 남았다.

세월호 침몰사고 사흘째인 18일 여러 편지글이 붙어 있는 안산 단원고 2학년 교무실 앞에서 한 여학생이 울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세월호 침몰사고 사흘째인 18일 여러 편지글이 붙어 있는 안산 단원고 2학년 교무실 앞에서 한 여학생이 울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단원고 한 교사는 “교감 선생님은 평소에도 책임감이 강하신 분이었다. 어제 오후 늦게 실종된 학생 학부모로부터 항의를 받은 뒤부터 자취를 감췄고 휴대전화도 연락이 안됐다”면서 “느낌이 이상해 오전부터 경찰에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침통해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20분쯤부터 100여명을 동원해 체육관 주변을 중심으로 수색에 나서 숨진 강 교감을 발견했다. 강 교감의 지갑에서는 편지지에 손으로 쓴 유서가 발견됐다. 강 교감은 유서에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교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단원고는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단원고 교사들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교사 ㄱ씨(42)는 “어제까지 진도 사고대책본부에 있었다고 동료 교사에게 들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학생과 학부모들도 참담함에 빠졌다. 학생들은 TV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자 고통스러운 듯 고개를 떨궜다. 일부는 천장을 바라보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거나 울음을 터뜨렸다. 1학년 이모양(17)은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만큼 더욱 열심히 살아야지 죽기는 왜 죽어”라며 흐느꼈다.

학교에서 봉사나 지원활동을 하던 시민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강 교감의 사망 소식까지 더해진 단원고에서는 하루 종일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편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 자제를 공식 요청했다. 이희훈 단원고 교무부장은 “오는 24일 1·3학년의 수업 재개를 앞두고 학생들의 안정을 위해 이날 오후 8시부터 취재진의 학교 출입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학생들이 안정을 취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취재로부터 보호해 달라는 가족과 관계자들의 민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앞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별도의 취재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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