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불안…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시달리는 학생들

2014.04.18 21:33 입력 2014.04.18 22:24 수정

학교 돌아온 75명 중 72명 입원… 빈소 조문와 오열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사흘째인 18일 경기 안산 단원고 교정. 여객선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다 실종된 손자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김모 할머니(78)는 “사고가 없었다면 오늘이 집에 돌아오는 날인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단원고 학생들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이날 오후 4시쯤 학교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제주 섭지코지, 산굼부리 등 2박3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이날 비행기편으로 오후 4시쯤 학교에 도착, 부모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귀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325명의 학생과 14명의 교사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은 학생 75명과 교사 3명 등 7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61명의 학생과 교사들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오거나 아직도 세월호에 갇혀 실종된 상태다.

살아 돌아온 학생 대부분도 중증도 이상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고통을 겪고 있다. 학교로 돌아온 학생 75명 중 72명이나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밤에 잠을 못 이루거나 깜짝깜짝 놀라는 등 우울증과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최소 4주간 이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개인에 따라 6개월에서 1년 이상까지 치료를 계속 받아야 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생존자의 죄책감’을 언급했다. 홍진표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함께 사고를 당했다가 살아남은 사람들은 죄책감을 갖기 쉽다”며 “안절부절 못하거나 우울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보일 경우 주변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도와야 한다”고 했다.

배승민 가천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책임이 있는 위치에서 트라우마가 발생하면 그 정도가 비정상적으로 증폭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대규모 테러가 발생하면 응급치료인력과 정신치료인력이 파견돼 곧장 치료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도 비상이 걸렸다. 2학년 학생 대부분이 실종·사망했거나 병원에 입원 중이지만 1학년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 중인 3학년 학생들의 학습권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당초 이날까지였던 단원고의 임시휴교 기관을 23일까지만 연장하고, 24일부터는 수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희훈 단원고 교무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교감) 자살 보도와 관련, 생존해 치료받고 있는 교사, 학생은 물론 재학생 모두가 심각하게 동요하고 있다”며 “조속히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해 일단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상영 경기도교육청 부대변인도 “1학년과 3학년 학부모들의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더는 학습권을 외면할 수 없어 2차 휴교가 끝나는 24일부터 학교를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살 보도 이후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엄청난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고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며 “경기도교육청의 전문심리치료사와 상담사 등을 모두 동원해 학부모들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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