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도 우릴 정리하나”… 고립돼가는 세월호 유족들

2014.09.19 21:55 입력 2014.09.19 21:56 수정

대통령 ‘수용불가’ 천명에 극우단체 공격·폭행시비까지

야당마저 ‘거리두기’ 움직임에 특별법 여건 갈수록 악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 여건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용불가’ 천명과 극우단체의 공격, 야당의 자중지란과 특별법 입장 선회 조짐,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임원들의 대리기사 폭행 시비까지 겹치면서 참사 가족의 고립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야당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의 현실적 어려움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유가족들의 양해’를 언급하기도 했다. 가족대책위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진상조사위만이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야당마저 참사 가족들과의 ‘거리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불거진 가족대책위 임원들의 대리기사 폭행 시비도 참사 가족들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가족대책위 김병권 전 위원장 등 5명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위원장은 조사를 받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물의를 일으킨 점, 국민과 유가족에게 심려를 많이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쪽 팔을 다쳐 깁스를 했고,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은 윗입술이 붓고 상처가 나 있었다. 이들은 지난 18일 임원직에서 사퇴했다.

참사 가족들은 침통한 분위기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 2학년 성호군의 아버지 박윤오씨는 “여론이 너무 좋지 않은 게 느껴진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그동안 열심히 해왔던 것들이 전부 물거품이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야당도 정리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됐는데 야당도 유리한 선택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의지할 곳 없는 가족들은 지쳐갈 것”이라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을 요구해왔던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이렇게 되나 싶다.자식 잃은 부모들이 모여서 제대로 좀 해달라고 하는데, 조직을 와해시키고 시간을 끌고…”라고 했다.

일부 참사 가족들은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말문을 닫았다.

8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와 대통령을 더 이상 믿기 어렵다. 참사 가족, 국민들과 함께 세월호특별법을 만들고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이란 약속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대책회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현수막 걸기나 노란 리본 달기 등 국민 스스로 하는 홍보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며“20일부터 매주 토요일 전국적으로 촛불집회를 열고 27일에는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국회, 광화문광장, 청운효자동주민센터의 농성장도 유지할 계획이다. 안전사회 담론 확산을 위한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참사 가족들과 함께 진도 팽목항과 서울, 광주를 오가는 ‘기다림의 버스’도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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