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변화’ 없으면 비서실장 교체 의미 없다

2015.02.27 20:35 입력 2015.02.28 10:12 수정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을 임명하는 등 집권 3년차를 이끌 내각과 청와대 구성을 마쳤다. 청와대 참모, 외교, 정당 활동의 경륜을 갖춘 이 실장이 두 전직 비서실장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지혜를 발휘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가장 못하는 걸 뽑으라면 누구나 인사문제를 들었고 그런 평판에 어긋나지 않게 박 대통령은 인사할 때마다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다. 이번 인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때 주일대사로 갔던 이 실장은 겨우 1년2개월 만에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통 대사는 3년, 적어도 2년은 근무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는 단기 대사로 끝났고 국정원장 자리 역시 이번 인사로 7개월 만에 내놓게 되었다. 조직의 안정성, 업무의 지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인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김성우 대통령 사회문화특보도 한 달 만에 그만두고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옮겨갔다. 인사가 얼마나 무계획적이고 임기응변적인지 잘 보여준다. 국정 난맥과 혼선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기 어렵다. 친박 핵심 의원을 정무특보로 임명한 것도 정권 친위대를 구축하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참모일 뿐, 국정의 지휘자가 아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과도하게 의존해 그를 부통령급으로 키웠고, 그로 인해 오히려 정치적 부담을 져야 했다. 그 결과 차기 비서실장이 누구냐에 따라 정권의 향배가 정해질 것 같은 이상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동안 김 전 실장 교체 요구가 높았던 것은 온전히 김 전 실장 개인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박 대통령이 국정 실패를 바로잡고, 국정 방향을 재점검하기를 바라는, 국정 혁신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비서실장을 바꾼들 소용이 없다. 이는 비서실장 교체에도 박 대통령의 국정 혼선이 바로잡히지 않았던 지난 2년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에서 이렇게 썼다. “많은 사람들이, 군주가 현명하다는 평판을 듣는 것은 군주가 현명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의 조언자들이 훌륭한 성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피력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견해다.…좋은 조언이란 근본적으로 군주의 지혜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군주의 지혜가 적절한 조언에서 비롯될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의 변화를 다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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