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관절염, 검진 미루다 합병증 키운다

2014.10.23 20:49 입력 2014.10.23 22:09 수정

국제 진단기준 적용 지지부진

보험 적용 안돼 진료 꺼리다 장애 상태 돼서야 검사받아

2010년 11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류마티스학회에서는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에 관한 새로운 기준이 발표됐다.

이때 마련한 새로운 기준은 관절 침범, 혈청검사, 혈청 염증반응 물질, 증상 발생 기간 등 크게 4개 항목을 진단해 이를 점수화하여 6점 이상일 경우 류마티스관절염으로 판정한다.

이것을 발표 전 1년 정도 시험 적용한 결과 조기발견 등에 성과가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국가들은 1987년 제정된 기존 기준을 대체하는 이 새로운 진단기준을 발 빠르게 도입했다. 당시 송영욱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은 “한국도 보건당국과 건강 보험적용 문제 등을 협의, 새로운 국제기준을 빨리 적용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후 4년이 흐른 지금도 국내에서는 새로운 국제진단 기준 적용이 지지부진하다. 해마다 학계가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보험 확대를 요청하고 있지만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의 조기 진단에 빨간불이 켜졌다.

류마티스관절염 조기 진단을 위해 필요한 검사법들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학계의 목소리가 높다.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배상철 교수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실시간 자기공명영상(MRI)을 보며 외래진료를 하고 있다. | 한양대병원 제공

류마티스관절염 조기 진단을 위해 필요한 검사법들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학계의 목소리가 높다.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배상철 교수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실시간 자기공명영상(MRI)을 보며 외래진료를 하고 있다. | 한양대병원 제공

류마티스학회(이사장 고은미·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가 ‘우리나라 류마티스관절염 진단 현황’을 조사한 결과,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첫 증상 발현 후 진단까지 평균 20.4개월이 걸렸다. 캐나다 6.4개월, 벨기에 5.75개월 등에 비해 3~5배나 늦은 수치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특징이다. 질병의 진행도 빨라 발병 후 1~2년 이내에 관절에 급속도로 변형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부터 관절 손상이 시작돼 치료가 불충분할 경우 증상 발현 2년 이내에 환자의 70%에서 관절 손상이 발생한다. 진단이 지연될수록 장애를 겪는 비율도 높아진다. 증상이 악화되면 관절 손상에 그치지 않는다. 동맥경화, 골다공증, 세균 감염까지 이어질 수 있다. 조기에 진단해서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에 필수적인 항CCP항체 검사는 류마티스 인자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류마티스 인자와 항CCP항체 모두 음성인 경우 MRI 등 영상의학검사를 해야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항CCP 검사와 MRI 검사 등은 류마티스관절염 진단 사용에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까지도 검사비용이 부담스러워 조기 진단과 초기 치료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은미 이사장은 “국내에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검사의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비용 부담으로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진단이 늦어지지 않도록 한다면 환자의 장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승철 홍보이사(충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는 “젊은 연령층의 환자는 관절 증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단 지연 현상이 나이든 연령층에 비해 더 심하다”고 분석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2~3배 많이 발생한다. 50대 여성의 발병률이 매우 높다. 류마티스학회에서 해마다 조기 진단의 중요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국제 기준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요청하고 있지만 거의 묵살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여성에게 많은 류마티스관절염이 정책적으로 홀대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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