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연예저널리즘의 개혁

2004.11.01 17:32

- 변희재(브레이크뉴스 편집국장) -

연예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현실화하고 있는 스포츠신문의 경영위기, 그로 인해 스포츠신문의 콘텐츠를 파란닷컴이 독점하면서 나머지 포털 사이트에서 타 매체에 연예기사 공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예기사가 넘쳐나는 현실에 비해 그 질적 수준은 스포츠신문이 독점하던 때보다 더 떨어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문화권력으로 자리잡은 연예산업을 감시하고 견인하기에는 연예저널리즘의 권위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디어비평의 측면에서 연예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황색 저널리즘’이나 ‘선정성’에 대한 피상적인 비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시작한 ‘안티조선운동’은 정치저널리즘의 개혁을 불러왔다. 무감각한 양비론, 서로 감싸주기에 바빴던 동업자 의식, 권력과의 유착 등은 안티조선의 깃발 아래 서서히 무너져갔다. 안티조선운동은 몇몇 매체나 지식인만의 힘이 아니라, 시민사회나 정치 영역 등 전방위적 개혁의 노력으로 실현 가능했다. 연예저널리즘 개혁도 똑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티조선보다 더 어렵다.

첫째, 안티조선은 현실정치의 권력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안티조선으로 명분을 갖는 정치집단이 있는가 하면 정당성에서 타격을 받는 정치집단이 있었다. 이 때문에 안티조선은 정치권에서 동참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반면 연예저널리즘의 개혁은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 아니다.

둘째, 안티조선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라는 대표적인 시민운동단체가 운동을 주도해왔다. 시작부터 구심점이 있었던 것이다. 반면 연예저널리즘의 개혁을 담당할 시민단체는 보이지 않는다.

셋째, 안티조선은 그 파생 효과로 재벌 개혁과 맞물릴 수 있었다. 재벌 개혁은 안티조선보다도 더 오랜 운동 기반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안티조선이 활성화하면서 참여연대 같은 재벌 개혁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시민단체가 간접적으로나마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연예저널리즘의 개혁도 2004년 현재 CJ엔터테인먼트와 싸이더스 같은 문화독점 재벌기업 개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연예저널리즘의 대의에 동의하는 사람조차도 아직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

넷째, 안티조선은 조선일보라는 거대 언론권력 비판이라는 목표점이 선명하게 보였다. 반면 연예저널리즘의 개혁은 자칫 문화자본에 고용돼 있는 스타가 비판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 그렇게 되면 해당 스타의 팬클럽 등과 갈등을 빚고, 이것이 개혁의 대중화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티조선이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을 함께 이끄는 운동이라면 연예저널리즘의 개혁 역시 문화산업의 구조조정과 언론개혁을 함께 다루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스포츠신문만 비판했기 때문에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드러난 조선일보의 논리를 비판하는 일과, 무의식을 지배하는 문화자본의 독점욕을 비판하는 일, 무엇이 더 어려운 일인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연예저널리즘 개혁이 안티조선보다 더 힘들고 중요한 일이라는 데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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