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EU, 터키 가입협상 시작하라

2005.09.01 18:13

몇몇 유럽연합(EU) 국가 지도자들이 다음달 3일부터 재개키로 한 터키의 EU 가입 협상에 미온적이라는 보도가 나와 터키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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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가입과 관련해 터키에는 널리 유포돼 있는 두 개의 여론이 있다. 터키가 결코 유럽의 일원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과 터키가 EU에 가입할 만하면 꼭 장애물이 생겨 일을 망친다는 음모론이다.

그래서 몇몇 유럽국 지도자들은 터키의 친구들에게 명예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의 모임인 만큼 EU를 좀더 믿어보라고 설득해왔다. 그 확신이 제대로 맞아떨어질지 여부가 드러날 순간이 왔다.

지난해 12월17일 EU 집행위원회는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오는 10월에 시작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터키 정부가 이행해야 할 두 개의 조건이 붙었다. 하나는 법치주의와 인권보호 강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관련 법률을 보완하라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앙카라 의정서-터키가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와 맺은 관세동맹이 키프로스를 포함한 EU의 신규 회원국에까지 확대 적용된다는 내용으로 터키가 키프로스를 인정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를 승인하라는 것이었다.

터키는 두 조건을 충족했다. 지난 6월1일부터 법률 개정 작업에 들어갔고, 지난 7월29일에 앙카라 의정서에 사인했다.

터키가 키프로스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문제는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재개하는 데 전제조건이 아니었다.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어쨌든 유혈투쟁으로 얼룩진 이 섬을 통일로 이끌려는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부단한 노력의 소산이다. 지난해 터키와 터키계 키프로스인들은 아난 사무총장의 제의를 받아들인 반면 그리스계 키프로스인 측은 거부했다. 터키가 키프로스를 인정한 만큼 이에 관한 한 아난 총장이 오는 2015년 터키가 EU에 가입할 수 있도록 사전에 건설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으로 믿는다. 키프로스 문제가 또다시 협상 재개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최근 몇몇 EU 국가가 공공연히 ‘우월적 파트너십(privileged partnership)’ 개념을 언급하는데, 이것 역시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터키가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협상하던 중 언급된 하나의 대안일 뿐이다. 지난해 EU 집행위원회에서도 거론되었다가 폐기된 것이다. 터키에는 매우 불쾌한 말이지만, 외교관들이 흔히 쓰는 ‘건설적 모호성’과 같은 성격이었다.

분명 터키는 EU에 정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나라가 수만건에 이르는 그 방대한 양의 법률과 규정 개정과 여러가지 고통스러운 절차를 감수하면서 EU에 가입하려고 하겠는가? ‘우월적 파트너십’ 체제를 도입한다면 그동안 준회원국으로 활동해온 터키로선 얻을 게 없다.

10년 전 체결된 관세동맹은 농산품을 제외한 전 상품의 자유무역을 허용했다. 여기에 가입함으로써 터키는 이후 EU의 각종 사업과 정책에 참여하게 되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EU를 두 축으로 한 안보체제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결론적으로 터키는 다른 모든 EU 후보국과 똑같이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터키가 EU에 가입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서 기존의 EU 회원국들이 말을 바꾸면, 그래서 터키의 가입에 장애물이 된다면 EU 전체의 신뢰에 금이 간다. 협상은 그러므로 10월3일에 시작돼야 한다.

〈마르티 아티사리/전 핀란드 대통령〉 〈정리|이중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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