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아낸 당나라군 20만명?

2007.06.01 15:08

진실 혹은 거짓?

매소성 대첩 때 동원된 당군의 숫자는 정녕 몇명일까. 삼국사기 기록대로 정말 20만명인가, 아니면 전과를 부풀리기 위한 과장일까.

문제는 기록에 군마 3만380마리와 그만한 숫자의 병장기를 노획했다고 썼다는 점이다. 노획한 말의 숫자는 단단위까지 기록하고, 20만명은 사상자와 포로숫자가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희한한 기록인 것이다.

그런데 군사학 전문가인 윤일영 예비역 장군의 계산은 언제 보아도 새롭고, 흥미롭다.

윤일영씨에 따르면 병사 1인당 하루에 필요한 주식량은 850g이다. 당나라군이 20만명이라면 하루 170t일 것이다. 20만명이 10일 필요로 하는 주식의 양은 1700t이다.

그런데 전쟁 때 말은 60㎏의 식량을 싣고 하루에 12㎞를 이동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김유신은 662년 2만6000섬의 곡식(쌀 4000섬, 조 2만2000섬)을 수레 1대당 233㎏씩 나눠 싣고 평양에 주둔한 당나라 소정방군에게 수송했다.

만약 당나라 병사 20만명의 1일 식량(170t) 수송을 위해서는 2832필의 말이 필요하다. 혹은 730여대의 수레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계산하면 당나라군이 한달간 필요한 군량(5100t)을 수송하려면 8만5000필 정도의 말이 있어야 한다.

보통 체격의 말이 하루에 먹는 마초(馬草)는 10㎏ 정도다. 신라가 당나라에서 탈취한 말 3만380필을 운용하려면 하루 303.8t의 마초가 필요했을 터이다. 이를 수송하는 데만 1300대가량의 수레가 뒷받침돼야 했다.

조랑말의 길이는 대략 190㎝. 3만마리의 말이 일렬종대로 보급부대를 형성할 경우 행군종대의 길이는 무려 113.9㎞에 이를 것이다.

그런데 야전에서는 보통 15~30일간의 보급식량을 준비해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보급품 수송에만 4만2500필(15일)~8만5000필(30일)의 말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윤일영씨의 계산대로라면 신라가 3만380마리의 말을 노획했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당나라군 20만명’을 믿는다면 윤일영씨의 말대로 20만명이 모두 전투병이 아니었을 것이다. 보급부대와 부역꾼들까지 모두 합친 인원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성문|한국국방문화재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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