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위 시나위 ‘Down And Up’

2008.07.31 17:09
성우진 | 음악평론가

음악성·대중성 갖춘 ‘헤비메탈 걸작’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의 거물 신중현의 장남 신대철이 고등학교 음악 수업시간에 듣게 된 국악 용어 시나위. 단어 자체의 어감도 좋았고, 즉흥연주라는 뜻도 지니고 있어서 록 밴드 이름으로 적격이라 생각돼 사용된 대한민국 최초의 헤비메탈 밴드 시나위의 초대 보컬리스트는 사실 김종서였다. 하지만 첫 공연 전 긴장과 부담감 등으로 사라졌던 김종서는 공연 하루 전에야 나타났고, 그 일로 밴드에서 방출된다. 그 후 임재범이 녹음을 하게 되고 데뷔 앨범이 발매됐다. 그런데 임재범은 입영통지서를 받은 상태로 데뷔 앨범이 나온 두달 후쯤부터 단기사병 복무를 하게 됐다. 그리고 지방 공연 등 원활한 밴드 활동이 어려워지자 스스로 탈퇴했고 멤버 전체의 변화도 모색된다.

[대중음악 100대 명반]96위 시나위 ‘Down And Up’

신대철을 중심으로 이미 예전에 같이 했었던 강기영과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이던 김민기가 합세했고, 보컬리스트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나타난 김종서를 맞아들여 새로운 시나위는 대망의 2집 앨범을 준비한다. 2집은 데뷔 앨범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시행착오 등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수준’에 중점을 뒀다. 1집의 재킷 디자인도 대충 연필로 그린 듯한 여성의 옆모습이나 밴드 로고 등이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2집은 일단 양면으로 펼쳐지는 더블 재킷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컴퓨터그래픽을 이용, 입체적이고 미래지향 스타일의 디자인이 채택됐다. 타이틀 곡 ‘새가 되어 가리’를 상징하듯 노란색 밴드 영문 표기 위에는 ‘Heavy Metal’이라는 단어와 새 한 마리가 배치됐다. 첫 앨범을 녹음할 때만 해도 녹음 엔지니어와 멤버 모두 헤비메탈 사운드는 어떻게 작업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었다고 한다. 그런 혼란이 2집의 사운드나 질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큰 교훈이 됐다.

임재범의 영향으로 1집이 다소 무겁고 어두웠다면 2집은 김종서 특유의 하이톤과 역동적인 특징이 살아나 있다. 보다 대중적이면서도 흥겨운 스타일과 김종서 특유의 감각적인 서정성이 가득 드러난다고 할까. 시간에 쫓겨 곡을 만들며 녹음했던 1집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작업 기간과 충분한 시도와 녹음 작업 끝에 완성된 대한민국 헤비메탈의 걸작이 바로 시나위의 2집이다. 외국 프로듀서나 엔지니어의 참여 없이 무려 20년 전 헤비메탈 불모지에서 이 정도의 녹음이 이뤄졌다는 것은 꽤나 희망적인 일이었다. 덕분에 2집 때부터 일본에서 취재를 오고 일본 팬클럽이 결성되는 등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당시에 군 미필자는 외국에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일본 진출은 무산됐다. 마치 밴 헤일런의 곡을 연상시키는 흥겨운 ‘마음의 춤’이나 ‘시나위’ 같은 곡은 록의 역동성을 드러낸다. 메탈 발라드 풍인 김종서의 곡 ‘해 저문 길에서’와 ‘들리는 노래’ 등은 여성 팬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은 감성적인 노래이다. 하지만 앨범의 백미는 신대철·강기영·김민기의 공동작곡으로 탄생된 훌륭한 테크닉의 연주곡 ‘연착’이 아닌가 싶다.

이 앨범 이후 김종서와 강기영은 밴드를 탈퇴했고 다시 보컬리스트는 ‘작은하늘’ 출신의 김성헌이 담당했다. 그러다가 다시 김종서가 돌아오고 서태지가 가세해 ‘겨울비’ 등이 수록된 정규 4집이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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