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민중의례 금지 논란

2009.11.03 17:48 입력 2009.11.04 09:47 수정

“국가정체성 무시하는 행위” “헌법에 보장된 권리 침해”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공복… 품위 훼손 우려” 두영택

“노조의 자주적 행위 법적인 근거도 없이 제한” 이상원

토론자
두영택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총장
이상원 전국통합공무원노조 대변인

얼마 전 행정안전부가 공무원의 노조 행사 때 민중의례를 금지하는 공문을 산하 기관에 내려보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을 법외노조로 분류해 활동을 중지시키고 공무원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행위를 금지시킨 데 이은 조치다.

공무원노조의 민중의례 금지는 표면적으로는 국가공무법에 따른 공무원의 품위유지에 해당한다고 하지만 노조 측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공무원사회 옥죄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보수언론과 단체들까지 가세해 이를 국가관이나 국가정체성의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 2일 노조 행사 때 민중의례를 고집하는 것은 편협한 역사의식으로 국가정체성을 무시하는 강도높은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두영택 사무총장(광주여대 교수)과 헌법에 보장된 권리의 침해라고 맞서는 전국통합공무원노조 이상원 대변인이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민중의례를 놓고 토론했다.

이상원 전국통합공무원노조 대변인(왼쪽)과 두영택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총장(광주여대 교수)이 지난 2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공무원노조의 민중의례 금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창길기자

이상원 전국통합공무원노조 대변인(왼쪽)과 두영택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총장(광주여대 교수)이 지난 2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공무원노조의 민중의례 금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창길기자

두영택 사무총장(이하 두영택) = 민중의례를 왜 고집하는지 속내를 알고 싶습니다.

이상원 대변인(이하 이상원) = 민중의례와 애국가는 다른 것입니다. 국민의례와 애국가는 국가의 공식적인 행사에서 하는 것이고 민중의례는 노조 행사의 한 부분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만큼 애국가를 많이 부르고 국민의례를 많이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공무원노조가 애국가를 거부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두영택 = 그렇게 불러왔던 국민의례를 노조를 가입하자마자 민중의례로 왜 넘어갑니까. 국가공무원으로 그렇게 많이 한 국민의례를 민중의례로 바꾼 것이 문제입니다. 공무원노조는 국가에 대한 책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이상원 = 공무원노조의 노조 행사는 노조의 자주적 행사입니다. 공무원노조 간부들 중에서 대한민국을 거부한 사람은 없습니다. 국가의 공식적 행사 때는 국민의례를 부르고 노조의 자주적 행사 때는 민중의례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사회적 관점에서 국민의례가 애국가를 제창하고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는 것이고 민중의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민중의례가 대정부 투쟁의식을 고취하는 것이라 하는데 이는 민주화과정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윤상원 열사를 그리며 만든 노래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5·18 민주화운동이 민주화의 초석이라고 말했고, 정부도 1995년에 특별법을 제정해서 당시 희생자들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했습니다. 정부가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사람들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게 대정부 투쟁의식을 고취하는 것입니까.

두영택 = 나도 80학번이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의 열망으로 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불렀던 노래입니다. 지금이 그 시기하고 같습니까? 민주화가 꽃 핀 나라입니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 신분에 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애국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편협된 역사의식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민중의례를 우선하는 것에 대해 사적인 일(노조 행사)이라 하면 어불성설입니다.

이상원 = 거부하는 게 아닙니다. 국가행사 때는 국민의례, 애국가를 제창합니다. 노조행사 때만 민중의례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지난 5·18 민주화운동 행사 때 이명박 대통령도 5월 광주는 우리 민주화의 정수라고 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습니다.

두영택 = 1980년대 ‘임을 위한 행진곡’은 좌파 노동자가 민주화를 외치면서 불렀던 노래입니다. 대통령이 축사에서 옛날이야기를 했던 것을 갖고 민중의례를 정당화합니까. 70년대 80년대 도덕적 기준을 2007~2009년의 도덕적 기준에 가져다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국가공무원으로서 30년간 정체성이 없어진 것과 똑같습니다. 세계 10위권 나라에서 다시 민중의례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이상원 = 이명박 대통령도 5·18 행사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는데 그럼 대통령도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입니까? 노동자들이 민중가요를 부르는 것이 어떻게 품위유지 위반입니까. 공무원이 집에서 지낼 때 애국가를 부르고 불교·기독교 행사 때 국민의례를 합니까? 공무원이라고 강제시킬 부분은 아닙니다. 정부가 나서는 게 창피한 일입니다.

두영택 = 다른 걸 다 떠나서 수없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아무 불편 없이 했는데, 노조를 만든 순간부터 민중의례를 하겠다고 하니, 99%가 동창회에 가서도 국민의례를 하는데 노조 개인행사이니 국민의례도 하지 않겠다 하니까 문제입니다.

이상원 = 동창회에서 국민의례 안 하는 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공무원이라 해서 모든 게 안 된다고 하는데 그게 잘못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판례를 봐도 공무원으로서 공인과 노동자로서 사인을 구별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모든 공직자는 국가에 대한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는 주체고, 국민 모두에 대한 봉사자로서 지위와는 구별해야 합니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로 말하지 말고 공무원이면서 국민, 노동자이기 때문에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두영택 = 전교조를 보면 교사이기 전에, 선생이기 전에, 스승이기 전에 노동자라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노동자 교사가 탄생한 것입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반만년 역사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모든 사람이 말합니다.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말하면 굉장히 큰 오류입니다. 노동자의 기본은 임금이고 임금투쟁, 복리투쟁을 하는데, 공무원은 국민들의 세금을 녹으로 받습니다. 공무원이 노동자라고 사인으로 이해해줘야 한다는 것은 안 됩니다.

이상원 = 공무원,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뜻입니까?

두영택 = 노동자로서 얘기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국가공무원이 먼저입니다.

이상원 = 우리는 공무원노동자입니다. 자랑스러운 공무원으로서 노동조합이라고 주장합니다. 민중의례 금지와 관련한 법률적인 부분을 지적하면, 우선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통지했는데 이는 헌법 19·21·33·34조 등에 근로자의 자주적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에 위반됩니다. 노동조합이 민중의례를 하는 것은 자주적 행위인데 이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됩니다. 또 국가공무원법을 봐도 정부가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해 금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합니다. 지금 정부 조치는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것입니다.

두영택 = 우리 범인들 생각으로는 이런 일을 꼭 법률적으로 따지기 전에 보편타당한 상식과 관례, 관습 범주 내에서 의사를 피력하고 싶고. 거기에 대해서 맞추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상원 = 헌법은 상식,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지는 상식입니다. 보편타당한 권리까지 공무원에게 제한한다는 것은 잘못된 행태입니다. 프랑스 국가나 미국 국가는 ‘피로 물든 창’ ‘목을 따러 온다’ 등 훨씬 더 과격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무원이 불러서는 안 되는 노래라고 하는 것은 국제적 관점으로 볼 때도 과도한 조치입니다.

두영택 = (프랑스나 미국은) 그 당시의 상황에서 국가의 혁명적 상황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예로 들면서 민주노총 산하로 가면서 과거 30년 전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니까 장황하게 법리적 헌법적 해석을 들고 와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국민들에게 우려를 줄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노조가 민간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부분에 대해 절반 이상이 찬성했습니다. (공무원노조의) 논리가 아무리 우수하게 각색됐다 해도 이게 일반 국민의 정서입니다. 공무원노조가 일반 국민들을 위한 공복으로서의 자세를 가졌다면 국민들의 우려를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이상원 = 국민들의 여론조사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공무원노조도 2~3주 전에 사회동향연구소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정부가 공무원노조가 정부정책에 반대하지 못하게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에 대해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이 나왔습니다. 또 사무실 폐쇄 등에 대해서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지나친 조치라는 지적도 50%가 넘었습니다. 국민들은 대화로 풀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정기조연설에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오는 갈등은 대화로 풀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공무원 노사 관계도 파국으로 갈 게 아니라 대화로 풀어야 합니다.

두영택 = 당연히 대화로 풀고 소통하는 건 100번 찬성합니다. 서로가 이견이 있는 것 같지만 법 테두리 말고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풀어보자는 것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무원 노조의 문제점을 말씀드리면 ‘사용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임금·연금 등 문제에서 사용자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까 우려됩니다. 최종적인 사용자는 국민이고, 국민을 상대로 해서 국민의 생각을 받아주는 것이 사용자의 권리를 주장할 때 공무원노조로서는 수긍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약하지 않습니까. 뉴라이트전국연합 나름대로 국가적 의제설정, 국가적 문제, 숙제를 정확하게 맥을 짚어주는 여론을 형성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있다면 서로가 좋은 방향으로 많은 대화를 통해서 국가적·국민적 여론을 형성할 때처럼 좋은 입장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원 = 지금까지 공무원노조는 선심성 예산이나 과도한 예산을 낭비하는 정책을 감시하거나 바로잡는 노력을 해왔고 또 기관장 판공비 공개 요구 등을 통해서 공직사회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화를 통해 풀어가겠다고 밝혔고 국민들도 지금 공무원 노사 관계의 파국을 원하지 않고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화를 통해 문화를 해결해야 합니다. 통합공무원노조는 앞으로 더 겸허한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고 열심히 일해서 국민을 위한 공무원노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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