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치수 장애물… 4대강 사업 왜 하는지 이해 안가”

2010.09.28 22:06 입력 2010.09.28 23:52 수정
이마모토 히로타케 | 도쿄대 명예교수

일본 이마모토 교수 ‘4대강 시찰기’

“보는 치수 장애물… 4대강 사업 왜 하는지 이해 안가”

하천정비 전문가인 일본의 이마모토 히로타케 교토대 명예교수(73·토목공학)가 29일 오후 1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대한하천학회 주최 ‘4대강 사업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다. 올해 두차례나 4대강 사업현장을 답사한 이마모토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제기되는 의문점’이라는 제목의 ‘시찰기’를 발표한다. 경향신문은 이마모토 교수가 4대강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직접 쓴 ‘4대강 사업 시찰기’를 요약·소개한다.

내가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람사르 네트워크 일본(Ramsar Network Japan)과 함께하는 ‘한국 4대강 사업 한·일 시민 시찰단’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 재생한 청계천에 박수를 쳤지만, 어쩐지 수상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주도하는 4대강 사업이 과연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우선 한국 정부는 2016년에 10억㎥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운하반대교수모임은 ‘물부족 주장은 허구’라고 한다. 한때 일본에서도 과대한 물수요 예측 아래 수자원을 개발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대량의 신규 수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낙동강 구간에는 하구언 외에 8기의 보(洑)가 신설된다. 낙동강 구간은 334.8㎞(하구~안동댐) 중 안동댐 인근(60㎞ 정도)을 제외한 270㎞ 정도가 8억㎥의 물을 담은 9개의 (거대한) 저수지로 변하는 것이다.

(이렇게 낙동강 전체가 9개의 저수지가 된 상황에서) 홍수가 난다면 어떻게 효율적으로 물을 빼낼 수 있을까. 가능한 것인가. 9개의 거대한 저수지에는 8억㎥의 물이 담길 예정인데, 홍수기에는 저수위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8억㎥의 물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치수 측면에서 말하면 ‘보’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일 뿐이다. 홍수 때 떠내려 가는 나무에 의해 수문이 고장 날 가능성도 있다. 9기의 보 모두를 적절히 조작해야 하는데, 만일 몇 개의 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영향은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극히 위험하다는 얘기다. 일본 구마가와에는 하구로부터 19.90㎞ 지점에 아라세댐(제고 25.0m, 총저수량 1013.7만㎥), 28.86㎞ 지점에 세토이시댐(제고 26.5m, 총저수량 993만㎥)이 위치해 있다. 이들 댐에 의한 배수효과로 홍수위는 상승했고, 퇴적된 토사에 의해 수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많은 보를 설치하는 한국의 4대강 사업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환경문제도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환경영향 조사는 지극히 불충분한 것으로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풍부한 생태계를 갖고 있는 사주(砂洲)가 수몰 혹은 철거의 쓰라림을 당하고 있다.

한국의 하천을 돌아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이다. 주 목적이 신규 수자원 개발과 홍수 방어에 있다고 해도 긴급성은 없을 것이다. ‘사업을 위한 사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국에서는 하천과 주변 농지의 연속성이 유지되어 있고, 토사가 아름다운 영근(하상 최심부의 작은 물길)을 형성하고 있다. 큰 의미없는 공사 때문에 그런 것들이 파괴되어 가는 것은 유감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앞으로의 물 수요 측면을 고려해보아도 한국에서 지금까지와 같이 물수요가 크게 증가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 정도의 대규모 수자원을 개발하려고 하는 것일까? ‘보’라고 하는 장애물을 설치하면서 그것이 치수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수백년에서, 수천년이라고 하는 긴 세월을 통해 형성된 하천은 그 유역의 사람들에게는 큰 재산이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하천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기대 이상의 기쁨이었다.

아마 길은 멀 것이다. 그래도 보다 좋은 하천을 차세대에게 넘겨주는 것이 우리 세대의 역할이기 때문에 결코 단념해서는 안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