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더 아름다운 ‘평창동 둘레길’

2011.06.28 21:45 입력 2011.07.04 09:52 수정
평창동 | 글·사진 이로사 기자

멀리 가야 여행인 것은 아니다. 사실 서울엔 갈 만한 곳이 많아 탈이다. 특히 서울의 보배, 북한산 자락은 죄다 명소라 할 만하다. 경치가 좋으니 운치가 있는 데다 분위기 좋은 카페나 음식점도 많다. 그러니 드라마나 영화 촬영도 잦을 수밖에.

비가 내리는 날 평창동에 갔다. 북한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평창동은 ‘부촌’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서울에서 보기 드문 자연경관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곳엔 독고진(<최고의 사랑>)이 살고 있다. 심지어 이순재네 가족(<지붕 뚫고 하이킥>), 송승헌(<마이 프린세스>)은 모두 같은 집에 살고 있다. 그 옆집엔 채정안(<커피프린스 1호점>)도 산다. 최근 완전 개통한 북한산 둘레길이 ‘평창마을길’이란 이름으로 이곳을 지난다. 우비를 입은 채 빗속을 걷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높은 담벼락과 커다란 개와 정원수에 질리면 산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산에서는 등산객을 만나고, 카페나 미술관에 가면 나들이 나온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드라마 촬영지 순례 여행을 온 일본인 관광객을 만나는 건 덤이다.

평창동의 절집들

연화정사의 돌부처가 평창동 일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연화정사는 평창동에서 전망이 가장 좋다고 할 만한 곳. 뒤로 북한산 보현봉에서 뻗어내린 사자능선이 보인다.

연화정사의 돌부처가 평창동 일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연화정사는 평창동에서 전망이 가장 좋다고 할 만한 곳. 뒤로 북한산 보현봉에서 뻗어내린 사자능선이 보인다.

산자락에는 으레 절집과 암자가 있게 마련이다. 평창동 마을 사이로 오르면 집들이 끝나는 지점에 산자락을 따라 빙 둘러 대여섯곳의 작은 절이 있다. 개인적으로 꼽는 명소는 ‘연화정사’다. 연화정사를 시작으로 북한산 둘레길을 따라 ‘평창마을길’ 끝까지 걸으면 해원사·보현산신각·법정사·천제단 터·여산신각·혜광사·청련사·전심사 등 절과 절터를 만날 수 있다.

연화정사는 닿기 쉽고 조망이 좋다. 북한산 보현봉에서 뻗어내리는 사자능선과 그 안에 수북이 들어앉은 평창동 집들이 한눈에 보인다. 날이 좋으면 멀리 인왕산까지 보인다. 절 앞마당엔 멀리서도 눈에 띄는 커다란 돌부처상이 서 있다. 스님이 들어와 차 한잔 하고 가라고 권한다. 차를 마시며 부처상 앞에 서서 평창동 일대를 굽어본다. 올라올 때 그렇게 거대해 보이던 고급 저택들이 작게 내려앉아 있다. 곁엔 이런 말이 써 있다.

우비를 입고 비 내리는 평창마을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우비를 입고 비 내리는 평창마을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삼라만상이 한 법성체인데 그 무엇을 차별하랴. 시기, 질투, 원망, 미움, 죄의식, 불안, 공포 속에 있더라도 본래는 진리의 부처님 몸 아니던가. 비롯도 없고 끝도 또한 없도다. 가도가도 한이 없는 그 생명에서 그 무엇이 새로 있으랴. 태어남도 죽음도 그대로 나로다.’

연화정사를 나와 평창공원 지킴터까지 걷는다. 평창동 길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하다. 걷다보면 평창계곡을 만난다. 나무가 우거지고 위로는 형제봉이 올려다보인다. 주택가 사이로 북한산의 거대한 살색 바위가 드러나 있다. 그 위로 계곡물이 흐르는 장관이 펼쳐진다. 비가 내린 덕분에 물이 바위결 사이로 폭포처럼 쏟아졌다. 잠시 계곡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 앞으로 마을버스가 지나간다. 마을버스가 지나는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경관치곤 황송하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이순재 사장 가족, <마이 프린세스>의 송승헌이 살았던 익숙한 그 집 앞.

<지붕 뚫고 하이킥>의 이순재 사장 가족, <마이 프린세스>의 송승헌이 살았던 익숙한 그 집 앞.

평창공원 지킴터는 북한산으로 오르는 여러개의 등산로 입구 중 하나다. 아스팔트길이 지겨워졌다면 이곳에서 잠시 일선사까지 올랐다 내려와도 좋다. 1시간 정도면 족하다. 근처에 매점과 휴게소도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드라마 인 평창동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채정안의 집으로 나왔던 곳.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채정안의 집으로 나왔던 곳.

평창동을 걷다 보면 어딘지 익숙한 곳을 지나는 경우가 있다. 십중팔구 드라마에 나왔던 대문 앞이나 골목길이다. “네~ 평창동입니다”라는 드라마 속 단골 대사. 부잣집이다 싶으면 평창동이다. 최근 종영한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도 늘 차에 탄 뒤 “평창동으로”를 외쳤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이곳은 일본 한류팬들에게 성지와도 같다. 이병헌 팬들이 자주 가는 곳은 <아름다운 날들>에서 이병헌의 집으로 나왔던 소나무 집이다. 같은 집이 <천국의 계단>에선 최지우의 집으로 나왔으니 말 다했다.

독고진이 살던 집은 가정집이 아니다. ‘김종영 미술관’이다. 외관만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평창동 초입 가나아트센터에서 우회전해 올라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술관은 한국 현대조각의 개척자 김종영의 타계 20주년을 맞아 만들어졌다. 본관인 불각재가 독고진의 집으로 나왔던 곳이다. 건축물뿐 아니라 주변 경관도 빼어나다.

가나아트센터 맞은편의 ‘카페 모네’는 <최고의 사랑>의 등장인물들이 자주 모임을 가지던 곳. 구애정의 친구가 운영하던 카페 ‘플루토’로 나왔던 곳이다. 꽃을 많이 심어 놓은 테라스가 예쁘다. 드라마 속 카페 이름인 ‘플루토’라는 간판도 옆에 함께 붙어 있다.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단발머리 여자의 벽화와 익숙한 내부장식을 만날 수 있다.

카페 모네에서 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면 전망 좋은 갤러리 카페 ‘키미’가 나온다. <최고의 사랑>에서 독고진이 구애정의 조카 ‘띵똥’과 만나 구애정에게 반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에서 등장했던 장소. 1층은 갤러리, 2층은 카페인데 카페 테라스에 앉으면 북한산 줄기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반대쪽 초입에 있는 한정식집 ‘그린 하우스’는 <시크릿가든>에서 현빈과 하지원이 거품키스 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평창동에서 가장 유명한 집이라면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이순재 사장 집이 아닐까 싶다. 이 집은 <마이 프린세스>에선 송승헌의 집으로 나왔던 곳이다. 그 앞으로 <지붕킥>에서 세경과 지훈이 울고 웃고 뛰고 뒹굴던 가파른 언덕길이 보인다.

바로 옆집은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채정안이 살던 유리집이다. 두 동짜리 빌라인데 앞으로 튀어나온 외관이 유리로 되어 있어 이색적이다. 외관만 이곳에서 촬영했다. 이 집은 평창16길에 있다.

젊은 여자 몇 명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연신내에서 왔다는 김아름씨(24)는 조금 신나 보였다. “<지붕킥>을 너무 좋아해서 언제 한번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왔어요. 저 안에서 세경이가 막 뛰어나올 것 같네요. 이제 독고진(<최고의 사랑>) 찍었다는 집에 가보려고요.” 어느새 비가 그쳐 있다. 대형 주택들 위로 북한산 형제봉이 우뚝했다.

▲ 여행 길잡이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지하철로는 길음역 3번 출구. 153번, 7211번 버스를 타고 롯데삼성아파트에서 내리면 된다. 평창동주민센터부터 연화정사까지 종로06번 마을버스도 다닌다. 단 이 버스는 한 방향으로만 간다. 반대쪽에선 탈 수 없다는 점을 숙지하자.

●북한산 둘레길 6구간인 ‘평창마을길’ 코스는 형제봉 입구~연화정사~평창공원 지킴터~해원사~청련사~전심사~탕춘대성암문 입구다. 모두 5㎞,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험하진 않지만 가파른 오르막이 있어 힘들 수 있다. 문의 북한산 국립공원사무소 (02)900-8085 ecotour.knps.or.kr

●<최고의 사랑>에서 독고진의 집으로 나왔던 김종영 미술관 본관 불각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다. 월요일은 휴관. (02)3217-6484

●카페 모네 (02)395-6030, 갤러리 카페 키미 (02)394-6441

●<시크릿 가든> 거품 키스의 장소, 한정식집 그린하우스. 마음 놓고 가려면 미리 예약을 하는 게 좋겠다. (02)395-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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