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놀이문화’ 토크콘서트

2011.12.15 20:59
주창윤 | 서울여대 교수·언론영상

어느 사회에서나 특정 집단 혹은 권력은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의례(儀禮)를 만들어 왔다. 대중은 기억할 만하거나 자신들 삶의 공간 내에서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동체의 이야기’를 구성해 왔고, 권력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공적 의례를 만들어 왔다. 특정 집단은 의례를 만들어 집단성을 불어넣거나 저항의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부각시키기도 했다.

금년 들어 주목할 만한 의례들이 있다면, ‘희망버스’와 ‘토크콘서트’다. 희망버스는 6차에 걸쳐 3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를 막아내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희망버스가 노동계를 중심으로 확산된 의례였다면, 토크콘서트는 세대를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화와 세상]‘공감 놀이문화’ 토크콘서트

토크콘서트는 청춘콘서트, 북콘서트, 시사콘서트, 드림콘서트 등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탁현민은 토크콘서트의 불씨를 지폈다. 그는 금년 초 “감성적인 음악과 야성적인 잡설이 감동의 뒤통수를 어루만져 주는 버라이어티 음악 토크쇼”라는 모토로 토크콘서트의 장을 열었다. 3월부터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이 토크콘서트 ‘Change 2012’를 시작했고, 5월부터는 안철수·박경철이 ‘청춘콘서트’를 주도했다. 청춘콘서트는 게릴라식 문화소통방법으로 한 번에 수천 명의 청중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저서 ‘운명’ 북콘서트에 이어 ‘더(The) 위대한 검찰’이라는 검찰개혁 토크콘서트를 지난 주 마쳤다.가장 주목할 만한 토크콘서트는 ‘나꼼수’다. ‘나꼼수’는 10월 말 시작한 이후 ‘청춘콘서트’를 능가하는 인기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청춘콘서트’는 주로 대학에서 진행되어 대학생 중심으로 확산되었지만, ‘나꼼수 콘서트’는 대학을 넘어서 세대와 장소를 확장하고 있다. 비록 김여진이 ‘청춘콘서트 2.0’을 이끌고 있지만, 안철수·박경철의 ‘청춘콘서트’는 ‘나꼼수 콘서트’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나꼼수 콘서트’의 폭발력은 지난 11월30일 여의도 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날씨도 춥고, 공연 전 비까지 내렸지만 여의도 광장에 수만 명의 청중이 모여 들었다. 참여한 이들이 낸 자발적 후불제 성금도 3억원을 넘었다.

토크콘서트를 주도하는 이들은 대체로 1960년 초중반 생으로 386세대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다. 안철수(1962년 생), 공지영(1963년 생), 박경철(1964년 생), 조국(1965년 생), 김어준(1968년 생) 등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토크콘서트를 주도해 왔다. 토크콘서트는 386세대의 새로운 문화적, 정치적 귀환 장소인 셈이다. 이들은 ‘문화게릴라’로 불릴 수 있는데, 권력과 제도의 틈바구니에서 상상력과 놀이정신을 발휘하면서 공감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기성제도 밖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토크콘서트는 2002년부터 이어져온 광장 문화의 코드변환이다. 촛불의 의례는 희망버스의 의례를 거쳐서 토크콘서트의 의례로 계승되고 있다. 현재 토크콘서트는 문화와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거 촛불집회가 ‘의례를 통한 저항’이었다면, 토크콘서트는 ‘의례를 통한 공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감의 밑바닥에는 대중이 지난 몇 해 동안 경험했던 분노와 허기가 있다. 스스로 희망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은 토크콘서트라는 풍자적, 비판적 놀이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게릴라들이 만들어내는 놀이문화의 장이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유도하는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치권 스스로 변화와 개혁을 통해서 대중의 허기를 채워주지 못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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