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극단 '휠'에게 연극은? "세상에 눈 뜨게 해준 친구"

2012.04.01 23:20

“장애인들이 연극을 한다고? 그런 데가 있어?” 장애인극단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 사람이 보이는 반응이다. 아직 장애인들이 연극을 한다는 것이 낯설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장애인들이 하는 연극이라고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이다. 그 편견을 깨기 위해 이름 하야 휠리안들을 만나보았다.

장애인문화예술극단 휠은 현재 사회적 기업으로 분류되어 진다. 하지만 휠의 처음 시작은 지금과 같은 기업이 아닌 동아리로 시작했다고 한다. 2001년 당시 송정아 단장을 시작으로 약 30여 명의 지인들과 함께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 당시에는 공연할 생각이 없었고 단순히 연극을 연습하고 즐기는 정도였다. 하지만 연극에 대해 알면 알수록 공연 욕심이 생겼고 때마침 연출 전문가였던 단원을 주축으로 1년간 공연을 준비해 첫 공연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첫 공연을 할 당시에는 장애인 단체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2008년 마침내 독립을 했고 2009년 장애인문화예술극단 휠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기업이 되었다.

장애인극단 '휠'에게 연극은? "세상에 눈 뜨게 해준 친구"

휠의 사무실은 서울 관악구 신원동에 있다. 지하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사무실은 대부분 몸이 불편한 단원들을 위해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현재 휠은 사무실 직원 6명, 배우 7명으로 구성되어있다. 휠의 배우들은 호종민(뇌 병변), 김득규(뇌 병변), 심강수(저신장증), 한아름(뇌 병변), 한태현(화상), 홍성운(뇌 병변), 김세광(뇌 병변)으로 구성되어 있다. 뇌 병변은 흔히 뇌성마비로 잘 알고 있다. 단원 선발은 다른 극단과 마찬가지로 오디션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휠 공연의 주 관객들은 40~50%가 장애인 관람객이고 50~60% 정도가 비장애인 관람객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역이나 공연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거의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수가 반반이다. 극본은 창작극을 다룰 때도 있고 기존에 있는 연극 대본을 각색하여 공연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공모전을 열어 당선된 작품을 오는 11월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보통 창작극에는 단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 작품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약 3~4개월 정도이다.

장애인극단 '휠'에게 연극은? "세상에 눈 뜨게 해준 친구"

현재 휠은 공연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을 위한 연극 교육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연극을 더 알리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다른 장애인 시설에 가서 연극의 기초부터 의미까지 하나하나 가르친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어떤 동작을 취해야 하는지, 노하우 등을 가르치고 있다.

단원들의 하루는 출근으로 시작된다. 모두 사무실로 모여 오전에는 스트레칭을 한다.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연습하게 되면 아무래도 몸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칭 후 식사를 하고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하다. 표정과 대사, 모두 놓치지 않기 위해서 다들 연습에 열심이다. 불편한 몸이지만 누구도 힘들다거나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장애인극단 '휠'에게 연극은? "세상에 눈 뜨게 해준 친구"

현재 단원 중 최고참인 호종민 씨는 처음에 동아리로 연극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시설이 많이 나아진 편이에요. 예전에는 한 번 공연할 때, CMS 후원과 회원들의 사비를 모아 공연을 진행하다 보니 금전적인 부분으로 엄청 힘들었어요.” 거의 근 10년간 연극을 하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고 한다. 소품을 놓고 오는 일은 실수 축에도 못 낀다. 한 번은 소품으로 허리띠가 필요했는데 놓고 오는 바람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빌려서 공연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또 시청에서 공연하게 되었는데 공연 시작 시간은 오후 3시였다. 하지만 시간을 착각한 그는 연습실로 3시까지 모이는 줄 알고 시청이 아닌 사무실로 온 것이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한다.

또 다른 단원인 김득규 씨는 처음에 연극을 시작할 때는 연극에 대해 아예 몰랐다고 한다. 학교 선배가 장애인 단체를 소개해 주었고 연극 연습을 도와주면서 연출가의 제안으로 연극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비장애인들의 공연에 흔히 펑크가 나면 대타로 무대에 올라가곤 했다. 김 씨는 자신이 정식으로 오른 첫 공연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 공연은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공연이었는데 공연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지적장애인분들의 모습을 보고, ‘내가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큰 희열은 느꼈다고 한다. 지금도 연극을 하다가 힘들 때면 그때 생각을 하며 버틴다고 전했다.

현재 휠의 부대표이자 단장인 송정아(뇌 병변) 씨는 휠의 원년 멤버이다. 장애인 연극 동아리를 만들 당시 그녀도 연극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10년 전만 해도 장애인들이 연극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생소한 일이었다. 연극을 하기 전에는 매일 집에만 있고 외출은 거의 하지 않았던 그녀이다. 하지만 바깥활동을 결심하고 지인들과 함께 알음알음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다. 연극을 배우면서 느낀 희열을 다른 장애인들과도 나누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장애인들에게 바깥활동을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공연이 목적이 아니었고 연극을 연습하고 배우는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공연 욕심이 생겼고 2002년 첫 워크숍 공연을 하게 되었다.

장애인극단 '휠'에게 연극은? "세상에 눈 뜨게 해준 친구"

그녀는 첫 워크숍 공연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1년 동안 준비했던 공연이었고 창작극이었다. 처음으로 올리는 정식 공연이었기에 자신의 연극 인생에 큰 의미도 있었다. 첫 공연을 할 당시만 해도 장애인 연극이 극히 희소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굉장히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특히나 극본에 자신의 이야기를 연기했기 때문에 더 기억이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을 떠나요>라는 작품으로 여행과 취업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한다.

“저는 20대 때 거의 집에만 있었어요. 바깥에 나가는 게 내키지 않았죠. 하지만 연극으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요. 또 무대에 올라가면 아무도 도와주지 못해요. 그때 그 상황은 자신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감 그 이상을 얻게 돼요.”라고 말했다. 처음 무대에서 섰을 때 그 희열을 지금도 잊지 못해 여기까지 휠을 이끌어 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에게 연극은 세상에 눈을 뜨게 해준 친구이다.

기획팀인 황정영 씨는 휠에서 제일가는 유명인사이다. 그는 10살 때부터 배우 생활을 했다. 얼마 전에 흥행한 영화 ‘완득이’에도 출연한 엄연한 영화배우이다. 과거 인간극장에도 출연하면서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자랑했다고 한다. 한때 작은키 모임의 단장이었던 그는 휠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휠에 대한 애정만큼은 남달랐다. 그는 아무래도 운영을 하면서 제일 힘든 점은 금전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인건비는 사회적 기업 명목으로 지원되고 있지만 계속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번 공연을 준비하는데 드는 비용이 다른 예술보다 많이 들기 때문에 힘든 점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토로했다. 정부지원금이나 타 단체나 기업의 후원만으로 운영하다 보니 부족할 때가 잦다. 금전적인 부분과 함께 홍보 문제도 한계를 느낀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공연도 관객이 있어야만 빛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 연극이다 보니 홍보나 마케팅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휠 사람들은 다 같이 자신들의 연극을 장애인이 하는 연극이 아닌 배우가 하는 연극으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취미로 하는 연극이나 학예회 수준의 연극이 아닌 전문배우들이 하는 정식 연극이다. 궁극적으로 자신들은 그런 말을 듣기 위해 공연의 수준을 높여 갈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동정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연극을 동정이 아닌 동경의 눈빛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정이 아닌 그들의 연기에 매료되어 공연을 봐주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휠 단원들은 6월에 있을 공연 준비에 바쁘다. 지금부터 3~4개월 정도 준비할 예정이다. 이번 작품에는 배우 자신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6월 16일부터 24일까지 건대 역에 있는 나루아트센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주말에는 오후 3시와 6시에 2번 공연을 진행하고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저녁 8시에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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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영/인터넷 경향신문 인턴 기자
(@Yess_twit/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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