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벌어진 새누리당 분란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9일 직접 ‘봉합’에 나서면서다. 경제민주화 방향과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영입을 놓고 반발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잇달아 접촉하며 설득에 나선 것이다.

박 후보는 9일 먼저 당 정치쇄신특위 주최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전날 한광옥 전 대표 영입에 반대하며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던 안대희 위원장 옆자리에 앉았다.

안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쇄신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쇄신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축사에서 “당내에서 쇄신과 통합이라는 가치를 두고 다른 의견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정치 쇄신하고 개혁하겠다는 의지 하나만 기억한다면 함께 못해낼 일이 없다”고 했다.

축사를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던 박 후보는 기자들에게 “조만간 다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도 기자들에게 “기다려보자”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쇄신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통합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그런 것은 아니다. 같이 가야 한다”며 한 전 대표를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임명 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박 후보는 이날 밤 안 위원장을 재차 만나 설득하려 했지만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안 위원장 거취가 갈등 봉합의 마지막 분기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한광옥 전 대표 측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전히 “국민통합위원장이 아니면 안된다”면서 10일 낮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오후엔 김종인 위원장과 1시간가량 회동했다. 경제민주화에 미온적인 이한구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닷새째 당무를 거부 중인 그를 복귀시키기 위해서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밤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박 후보를 만나 경제민주화 입법 2가지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내가 책임 지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0일부터 당무에 복귀키로 했다. 김 위원장 측 한 인사는 “이 원내대표 사퇴 관철까지는 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어느 정도 포기한 것도 있다. 대신 (경제민주화 논란) 재발 방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고 전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전화해 사과하면서 경제민주화 입법을 잘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박 후보가 봉합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대로다. 박 후보 측은 “두 분 다 박 후보를 도우러 온 분이지 본인 선거를 하러 온 건 아니지 않으냐”며 “한 분이라도 나가면 부담스럽지만, 선거를 안 치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 등의 위상 약화와 김무성 전 원내대표 등용 정도로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