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해지” 한마디에 ‘호갱님’이 ‘고객님’으로

2014.12.17 21:40 입력 2014.12.17 21:41 수정

“바꾼다” 하면 “추가 할인”

대형 통신사 ‘고객 빼가기’

장기 가입 이용자 ‘역차별’

직장인 ㄱ씨는 최근 집에서 사용 중인 인터넷과 집 전화,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다른 업체로 바꾸려다가 얼떨결에 요금할인을 받았다. 약정기간이 20개월가량 남았던 탓에 해지 시 위약금이 얼마인지 해당 업체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업체는 “해지를 안 하면 석 달간 월 3000원씩 요금할인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ㄱ씨는 요금할인을 받기로 했지만 “해지 문의를 안 했으면 할인을 아예 못 받았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선인터넷 업계가 일관성 없이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탓에 가입자 차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17일 다수의 유선인터넷 업체 관계자들은 “가입자의 서비스 해지 문의가 들어올 경우 요금할인과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회유 정책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요금할인의 경우 통상 3개월 내외 기간을 제공한다. 상품권 제공의 경우 8만~10만원가량을 제공하되 향후 1년간은 해지를 안 하기로 가입자와 ‘추가 약정’을 맺는 방식이다. 이들 업체는 별다른 해지 문의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들에게는 요금할인이나 상품권을 제공하지 않는다. 해지 문의를 하거나 회유 정책을 아는 사람만 혜택을 받는 셈이다. 온라인에는 상담원과 어떻게 ‘흥정’을 해야 더 많은 할인을 받을 수 있는지 안내하는 글도 있다.

“인터넷 해지” 한마디에 ‘호갱님’이 ‘고객님’으로

차별적인 회유 정책은 비정상적인 유선인터넷 시장구조 때문에 나온다. 대형 통신사들이 과점을 형성하고 있다. 서비스나 요금제는 큰 차이 없이 현금 등 사은품(보조금) 경쟁을 통해 ‘가입자 빼앗아 오기’를 하는 영업방식도 이통시장과 유사하다.

업체들은 가입자가 3년 약정가입 시 사은품 명목으로 30만~50만원 수준의 현금 및 상품권을 지급한다. 사은품의 경우 가입 1년 이상 지나면 반환 의무가 사라진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약정을 파기하면 그간 받아온 약정할인 금액만 위약금으로 물어내면 된다. 이때 위약금보다 새로 가입할 업체가 주는 가입 사은품 규모가 더 크면 서비스를 바꾸는 게 이익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 1년 단위로 인터넷을 바꾸는 가입자들도 있다. 많은 돈을 들여 유치한 가입자가 1년 만에 이탈하면 업체로서는 손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해지 문의를 해오는 가입자들에게 요금할인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무선 결합할인 혜택이 늘면서 유선인터넷 교체를 문의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번호이동을 통해 휴대전화 이통사를 바꾸면서 유·무선 결합할인을 받기 위해 유선인터넷도 해당 이통사 서비스로 바꾸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업체들이 회유 정책으로 지출해야 할 판촉비용 부담도 늘고 있다. 이 같은 판촉비용은 결국 약정기간 내내 ‘충실하게’ 요금을 납부하는 가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몫이다. 차별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한 유선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사은품을 앞세운 비정상적인 가입자 유치 경쟁이 근절돼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개선을 위해 업체 간 자율협약 등도 해봤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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