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웰빙의 역설

감이 변비를 일으킨다고? 잘못된 속설

2015.10.21 17:56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요즘 감이 제철이다. 감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변비로 알려졌다. 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가 생긴다며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는 아예 먹지 말라고도 한다. 하지만 감이 변비를 일으킨다는 것은 잘못된 속설 중 하나다.

감이 변비를 유발한다는 것은 바로 덜 익은 감에 많이 들어 있는 떫은 맛 성분인 수용성탄닌 때문이다. 탄닌이 대장에서 수분흡수율을 증가시키기 때문인데 떫은 감을 그대로 먹으면(떫어서 먹을 수도 없겠지만) 변비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먹는 감에는 탄닌이 거의 없다.

떫은 감의 대부분은 탈삽과정을 거치거나 홍시로 만들어져서 탄닌이 불용성상태로 유통된다. 따라서 홍시를 많이 먹는다고 변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감이 철분흡수를 방해한다는 것도 걱정할 것이 없다.

홍시에는 이미 수용성탄닌이 불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다. 단감도 종류와 성숙도에 따라 탄닌 함유정도가 다르다. 다만 꼭지부분과 심지부분의 함유량이 약간 높을 뿐이다. 굳이 멀리한다면 이 부분만 안 먹으면 된다. 오히려 감에는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치료에 도움이 된다.

수나라 때 '식경(食經)'에 보면 ‘감은 설사를 멎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감의 삽미(澁味 : 떫은 맛)에 의한 효능으로 특정한 맛은 나름대로 효능을 갖고 있는데 삽미는 밖으로 나가는 것을 끌어당기는 작용이 있어 설사를 멎게 한다. 하지만 감의 효능으로 설사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한 서적은 그리 많지 않다. 아마 당시에도 떫은 감은 먹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한의서들은 감은 성질이 서늘하거나(냉冷) 차갑기(한寒) 때문에 평소 속이 냉하면서 설사하는 경우 배가 아프고 설사가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비허(脾虛 : 췌장이 약함)로 인해 설사하는 경우 복용을 금한다’, 또는 ‘냉리활설(冷痢滑泄 : 찬 자극으로 인해 설사를 심하게 하는 것)에는 복용하면 안 된다’ 등 평소 소화기가 약하거나 속이 차 설사하는 경우에는 감을 먹지 말라고 했다. 따라서 요즘 식당에서 후식으로 주는 ‘냉동홍시’는 특정한 사람들에게 배탈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송나라 때 '본초도경(本草圖經)'에는 ‘감을 게와 함께 먹으면 안 된다. 복통과 설사를 일으킨다’고 했다. 이 글귀는 본초강목이나 동의보감 탕액편에도 그대로 옮겨져 있다. 후세에서는 이를 근거로 감과 게가 서로 상극이라고 말한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경종의 사망원인으로 게장과 생감을 함께 먹은 것과 관련 있다는 설도 있다.

[한동하 웰빙의 역설] 감이 변비를 일으킨다고? 잘못된 속설

하지만 감과 게는 상극으로 표현할 만큼 음식금기가 아니다. 게다가 감을 게와 함께 먹는다고 해서 죽는 일은 없다. 만일 실제로 감과 게를 함께 먹고 복통이나 설사가 나타났다면 상한 게(장)로 인한 식중독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것이 아니라면 게와 감이 모두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속이 냉한 체질의 경우 탈이 난 것이다. 이미 경종은 게와 감을 먹기 전 장질환으로 인한 설사병을 앓고 있었다. 설상가상일 뿐이었다.

오해할 수 있는 또 다른 기록은 본초습유나 동의보감의 ‘술 마신 후 홍시를 먹으면 심통이 발생하고 쉽게 취한다’는 내용이다. 이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 과음 후 홍시는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지만 술을 더 취하게 하지는 않는다. 이미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취하는 것이고 오히려 홍시는 알코올분해 및 숙취에 도움이 된다. 명의별록에 ‘홍시는 술의 열독을 제거한다’는 내용이 더 타당하다.

자신의 체질을 잘 살펴 적당하게 먹는 감은 우리 몸에 해를 주지 않는다. 또 감을 변비나 잘못된 음식궁합의 범인으로 몰아서도 안 될 것이다. 정확한 내용으로 감(感)을 잡아 올 가을 건강하고 맛있게 감을 즐기시기 바란다.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더 많은 건강뉴스 보러가기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