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 대표의 ‘옥새 투쟁’ 야기한 최악의 새누리 공천

2016.03.24 21:01 입력 2016.03.24 21:10 수정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유승민 의원 지역구 등 5곳에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총선 후보 등록이 끝나는 25일까지 최고위원회의 자체를 열지 않겠다고도 했다. 김 대표가 공언한 대로라면, 공천관리위원회가 단수추천한 5개 지역구의 ‘진박’ 후보들은 등록이 불가능하다. 후보 등록 신청서에 당 대표 직인이 찍혀야 하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공천이 집권당 대표를 ‘옥새 투쟁’으로 몰고 간 셈이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김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위에서 의결이 보류된 5곳은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겠다”고 말했다. 5곳은 탈당한 이재오·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대구 동을과 서울 송파을, 대구 동갑, 대구 달성이다. 최고위는 당헌·당규에 위배되거나 상향식 국민공천제 취지에 반한다는 이유로 이들 지역에 대한 공천안 의결을 보류해왔다. 김 대표는 “잘못된 공천을 최소한이나마 바로잡아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누차 지적한 바와 같이 새누리당의 총선 공천은 정치를 수십년 전으로 퇴행시켰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앞서는 후보들도 박근혜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배제됐다. 유 의원은 탈당까지 강요받았다. 공천관리위는 그가 당을 떠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후보를 공천했다. 최고위 의결이 보류된 5곳 외에도 대구 수성을의 경우 공천 효력이 정지됐다. 법원은 이 지역 공천에서 탈락한 주호영 의원이 낸 공천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공천관리위가 주 의원을 배제하고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치의 사법화는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사법부가 정당 공천에 제동을 걸고 나섰겠는가.

김 대표의 옥새 투쟁 역시 뒤늦은 감이 있다. 정치생명을 걸겠다던 상향식 공천이 형해화하는 데도 그는 손 놓고 있다시피 했다. 옥새 투쟁에 돌입한 것은 더 이상 밀릴 경우 리더십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과 정도의 길을 갔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 수없이 생겼다”는 그의 지적은 타당하다.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은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주권자를 모독한 ‘참사’였다. 그 책임은 박 대통령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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