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데뷔 20일 만에…반기문 ‘퇴장’

2017.02.01 22:46 입력 2017.02.01 23:24 수정

반 “정치 교체의 순수한 뜻 접겠다” 대선 불출마 전격 선언

지지율 하락 극복 못해…대선판 요동에 ‘반 지지 표심’ 주목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대 대선 불출마 선언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대 대선 불출마 선언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19대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달 12일 귀국 회견에서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20일 만이다. 여권 유력주자인 반 전 총장의 사퇴로, 조기 대선 구도가 급격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대통합을 이루려는 포부를 말한 것이 (귀국 후) 지난 3주간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런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개인과 가족,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 국민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며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저를 열렬히 지지한 많은 국민과 따뜻한 조언을 해준 분들, 가까이서 함께 일한 많은 분들을 실망시키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며 “저도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데 혹독한 질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비전은 포기하지 않는다”며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으로 한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 낙마는 지지율 추락 등 갈수록 악화되는 주변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모호한 정체성과 행보 논란 등으로 설 연휴 직후 지지율이 10% 초반대로 떨어졌고, 반 전 총장의 빅텐트 구상과 개헌협의체 제안 등은 호응을 받지 못했다.

대선 구도는 크게 흔들리게 됐다. 범여권에선 유일한 지지율 두 자릿수 대선후보를 잃었다. 반 전 총장과의 연대 혹은 연합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제3지대 정계 개편 논의에도 제동이 걸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대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야권 주자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갑작스러운 변수가 발생하면서 대선판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야권은 충청과 중도 표심이 어디로 흘러갈지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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